선물을 받았습니다.
예순 살 위암 환자 딸을 보내고
아흔 살 어머니가 손수 만드신
수제 이불,
딸의 고통 한 소리마다
한 올 한 올
당신의 살을 떠서
바느질하여 만든 이불,
모녀의 사랑이 배어 있는
선물 속으로
나도 따뜻하게
들어갔습니다
<선물>선물>
한국호스피스협회 회장인 대전 건양대병원 강영우(소화기내과) 교수가 최근 말기 암 환자를 진료하며 느낀 감회와 그 인연을 씨줄과 날줄로 삼아 시집 <동행> 을 펴냈다. 50편의 시에는 환자에 대한 그의 따뜻한 시선과 아파하는 심정이 녹아 있다. 동행>
<선물> 은 예순 살 딸을 위암으로 먼저 보낸 뒤 아흔 살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 그에게 선물한 이불이 소재가 된 시다. 의사와 환자와 가족의 따스한 신뢰와 감사의 마음이 잔잔한 감동을 일으킨다. 선물>
강 교수는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편안히 임종하라고 담담하게 권유한다. 그리고 환자의 야윈 손을 붙잡고 죽음 너머의 삶을 찾도록 기도해준다. 덕분에 많은 환자와 가족이 그를 통해 ‘웰-다잉’(well-dyingㆍ참된 죽음)의 의미를 깨닫고 준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죽음을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시에서는 죽음의 두려움에 떠는 인간의 절규와 남은 이들의 안타까움도 깊이 배어 나온다. 병실에서는 죽음이 무섭다는 말기 위암 환자의 외침에 몸서리치고, 장례식장에선 아빠의 죽음을 실감하지 못하는 철부지 아이와 이를 웃으며 바라보는 영정 속 젊은 아버지의 미소에 가슴이 아리다.
시집의 제목 <동행> 에 대해 강 교수는 “환자와의 동행인 동시에 하나님과의 동행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동행> 은 그의 처녀시집 <저녁기도> 이후 7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시집이다. 지난해까지 건양대 의대 학장을 지낸 강 교수는 1979년 성의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2000년 <시문학> 신인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시문학> 저녁기도> 동행> 동행>
대전=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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