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올해 자동차업계의 하계 임금 단체협상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기아차의 '나홀로 파업'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사측은 매일 350억원에 달하는 파업손실에 전전긍긍하는 반면, 르노삼성과 GM대우 등 경쟁사들은 반사이익에 내심 쾌재를 부르는 형국이다.
18일 기아차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2007년 자동차 업계의 올해 하투(夏鬪)에서 기아차의 파업 손실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가장 강력한 파업을 했던 쌍용차 노조는 일찌감치 회사와 타협했다. 현대차와 GM대우의 파업 손실도 각각 6,154대와 2,400여대에 불과하다.
반면 기아차 손실은 무려 1만8,900여대에 달한다. 매출 손실도 현대차보다 3배 이상 많은 2,774억원에 이른다. 기아차 관계자는 "4분기 연속 적자를 낼 정도로 회사 경영이 어려운데 노조가 무리한 파업을 해 국내외 시장 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경쟁업체는 기아차의 파업을 자사 매출 확대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경쟁업체의 한 관계자는 "기아차의 경우 6월 판매량이 전년 대비 8% 이상 감소할 정도로 내수에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7월에도 기아차 고객을 최대한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마케팅 효율(기아차 1인당 월평균 2.5대 판매)이 르노삼성(5.3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생산효율은 현대차 미국공장(편성효율 92%)의 58% 수준인 기아차(59%)가 기본급 대비 8.9%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의아해 한다. 기아차는 노조가 인력 전환배치 등 회사의 생산성 향상 요구에 응하기만 한다면 연간 9,700억원의 수지 개선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장 열악한 상황의 기아차에서 노조가 강경 투쟁을 벌이는 배경에 대해서도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기아차 노조원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아차 근로자의 평균 근속년수(12.9년)가 현대차(15년)보다 2년이나 낮다"며 "부양가족이 없는 젊은 근로자일수록 강경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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