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그룹이 극장 체인인 메가박스를 호주계 자본에 넘겼다.
오리온의 계열사인 미디어플렉스는 18일 자회사 메가박스의 보유 지분 전량을 1,456억원에 코리아멀티플렉스인베스트먼트코퍼레이션에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오리온 그룹에서 영화 투자ㆍ제작ㆍ배급을 담당하는 미디어플렉스는 메가박스 지분 53.92%를 갖고 있었다.
메가박스를 인수한 코리아멀티플렉스인베스트먼트는 호주계 은행 자본인 맥쿼리가 이번 인수 작업을 위해 신설한 법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디어플렉스는 앞으로 2년간 메가박스를 위탁 운영하는 계약도 맺어, 당분간 제작하거나 투자ㆍ배급하는 작품들의 스크린 확보에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영화계는 메가박스 매각이 위축된 국내 영화시장에 가져올 지각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국 10개 극장(위탁운영 6개 제외), 92개 스크린을 보유한 메가박스는 CJ의 CGV와 롯데의 롯데시네마에 뒤이어 업계 3위의 대표적 멀티플렉스 체인이다. 메가박스는 올해 초부터 매각설이 나돌면서 KT, SK텔레콤 등 통신회사들이 눈독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메가박스 매각은 일단 외국 자본이 우리 영화산업, 극장산업에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 자체로 의미가 있다"면서도 "이번 인수업체의 실체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아 향후에 메가박스가 재매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메가박스 매각이 오리온 그룹의 핵심 사업재편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미디어플렉스는 "콘텐츠 역량 강화 및 국내외 전략적 제휴를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을 확대를 위해서"라고 매각 배경을 설명하고 "한국영화 제작ㆍ투자ㆍ배급은 계속 해나간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오리온이 그룹 전체 매출의 36%를 차지하고 있는 영화ㆍ엔터테인먼트 사업 부문을 정리하는 신호탄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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