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정국이 검찰의 칼끝에 춤을 추는 형국이다. 경선후보 캠프는 물론, 한나라당 당직자들조차 검찰의 한 마디에 일희일비하며 그들의 입만 쳐다보고 있다. 전례 없는 상황 전개에“어떻게 이런 일이…” “정말 걱정된다”는 자성과 우려가 경선을 한 달여 남겨둔 한나라당을 뒤덮고 있다.
최근 이명박 전 서울시장 일가의 주민등록초본 유출에 박근혜 전 대표 측 인사가 관련된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나면서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입장은 며칠 새 180도 바뀌었다.
검증 공세로 이 전 시장을 거칠게 몰아붙이던 박 전 대표 측은 15일을 전환점으로 해 이 전 시장 측의 거친 공세를 막아 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나아가 검찰이 박 전 대표 측과 범여권이 연루됐다는 수사 결과를 내놓을 경우 박 전 대표로선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문제는 검찰 수사가 박 전 대표만 겨냥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검찰 수사는 이 전 시장 부동산의 명의신탁 의혹 등 재산 관련 부분도 함께 쫓고 있다. 검찰 일각에선 “오히려 이게 본체”라는 말도 나온다.
16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선 이 전 시장 관련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 간부가 브리핑 도중 “(홍은프레닝 땅에) 특혜적 요소가 있다”고 한 마디했다. 이 소식은 즉각 여의도 정가로 날아들었다. 박 전 대표 측은 반색했고, 이 전 시장 측은 상황 파악을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다. 수사 결과에 따라서는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의 처지가 또 다시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런 양태라면 한나라당 경선전은 검찰의 칼끝이 움직일 때마다 큰 폭으로 술렁일 수밖에 없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고소를 취소하라고 이 전시장 측에 요구하고 있지만 너무 늦은 것 같다”고 말했다.
권영세 최고위원은“양측이 싸우다가 결국 검찰이 경선주자들의 운명을 좌우하는 참으로 한심한 처지가 됐다”며 “현재로선 ‘검찰이 중간에서 장난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말밖에 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도 “당이 자정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검찰 수사 결과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이 가관”이라고 질타했다.
양측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서로에게 책임을 넘겼다. 박 전 대표 측 최경환 상황실장은 “이 전 시장 측이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를 고소로 몰고 가는 바람에 결국 야당 경선에 검찰을 끌어들이는 초유의 사태로 발전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전 시장 측 진수희 대변인은 “당초 박 전 대표 측이 당 검증위 틀 안에서 질서 있는 검증을 받았다면 우리가 검찰로 이 문제를 가져 갔겠냐”고 반박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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