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기준 경상 국내총생산(GDP) 규모 14조5,000억 달러로 세계 경상 GDP의 30%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경제권으로, 우리나라의 제2의 교역상대이자 제1의 투자파트너는 어디일까? 흔히들 미국이나 일본 또는 중국으로 생각하기 쉽겠지만 정답은 유럽연합(EU)이다.
EU는 그 동안 미국 일본 중국 등에 비해 우리에게 그 중요성이 과소평가된 면이 없지 않았으나 최근의 한ㆍEU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으로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한ㆍEU FTA가 한ㆍ미 FTA보다 오히려 그 파급효과가 더 클 수도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EU의 탄생은 직접적으로는 1957년 로마조약에 기원하고 있는데 정치적으로 유럽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경제적으로는 대규모의 공동시장을 형성함으로써 이익을 얻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오늘날에는 회원국이 27개로 늘어나고 단순한 시장통합에서 나아가 1999년의 유로 단일통화 도입 및 유럽중앙은행 출범으로 공동의 통화정책을 실시하고 있으며 유럽경제공동체(EEC) 출범 50주년인 올해에는 EU의 헌법 격인 개정조약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등 완전한 경제ㆍ정치적 통합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21세기 세계 경제에서 EU의 위상은 단순히 미국의 대항마라는 평가 정도로는 부족하다. 규모면에서는 미국을 제치고 이미 세계 제1의 경제대국이 되었으며 안정된 물가를 바탕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경상수지 적자규모가 지난해 미국이 GDP의 6.5%에 달하는 데 비해 EU는 0.8%에 그쳤으며 외국인직접투자 유입 및 유출액이 2003~05년 중 전세계 유입출액의 각각 40.7%, 54.6%에 달하는 등 최대의 투자대상이자 최대의 투자 주체이다.
이와 함께 유로화의 위상도 크게 제고되어 외환보유액 통화비중이 1999년 17.9%에서 2006년 25.9%로 큰 폭 증가하고 국제채권발행이나 화폐 유통량에서도 그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이러한 EU의 뛰어난 경제적 성과로 세계 성장동력이 미국에서 EU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미국의 경제지표가 발표되거나 미 연방준비위원회가 금리를 변경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우리나라의 금리나 주가 등 시장 지표들이 실시간으로 반응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 경제 주체들이 미국 경제가 미치는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에는 미국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인식하든 않든 EU와 같은 거대 경제권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곳만 바라보면 한쪽만이 보일 뿐이다.
현실은 이렇다. 2006년 기준 우리의 대 EU 수출은 492억 달러, 총교역액은 794억 달러로 각각 중국에 이은 두 번째 규모이다. 또한 지난해까지 EU는 우리나라에 405억 달러를 투자하였는데 이는 국내 유입된 전체 외국인직접투자 누계액의 32%에 이르는 최대 규모이다. 이제는 미국 일변도에서 벗어나 유럽을 새삼 잘 살펴야 할 때다.
전광명 한국은행 조사국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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