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내전의 자금줄이 다이아몬드와 통나무에서 ‘핏빛 초콜릿(blood chocolate)’으로 바뀌었다.
국토를 정부와 반군이 나누고 있는 코트디부아르에서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가 양측의 전쟁 자금원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가 국제인권단체인 ‘글로벌 위트니스’의 보고서를 인용해 17일 보도했다.
내전으로 수십만명이 사망한 서부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코트디부아르 등 3국은 다이아몬드 카카오 목재 상아 석유 등 풍부한 자원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자원들이 국가경제의 동력이 되기보다는 국민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내몬 내전 자금으로 악용돼 비난의 대상이 돼 왔다.
1991~2002년 내전에 시달린 시에라리온에서는 반군조직 ‘혁명연합전선’이 주민들의 노동력을 착취해 연 평균 1억2,500만달러 어치의 다이아몬드를 생산해 무기 구입자금으로 사용했다. 이는 영화 <핏빛 다이아몬드(blood diamond)> 로 널리 알려졌다. 핏빛>
라이베리아도 상황은 비슷했다. 89~93년 내전을 겪으면서 군벌 출신으로 대통령에 오른 찰스 테일러는 다이아몬드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자국의 전쟁은 물론 시에라리온의 반군에 무기와 군사훈련을 지원했다.
유엔은 내전으로 인한 엄청난 살상과 인권유린 문제가 대두되자 2001년 라이베리아산 다이아몬드에 대한 전면 금수조치를 내렸다. 그러자 테일러는 다이아몬드 대신 밀림의 목재(blood timber)를 팔아 내전 자금으로 충당하다 2003년 권좌에서 쫓겨났다. 그는 지난해 3월 카메룬 국경지대에서 체포돼 현재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전범재판을 받고 있다.
문제는 2002년부터 이듬해까지 내전을 겪은 코트디부아르. 글로벌 위트니스가 최근 코트디부아르와 반군 모두 카카오 수출로 전쟁자금을 충당했고, 지금도 중요한 재정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공개한 것이다. 코트디부아르 정부와 반군이 2004년 이후 카카오로 거둔 세수는 각각 5,800만달러와 3,000만달러에 달했다.
전 세계 카카오 생산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코트디부아르는 지난해 카카오 수출로 10억달러를 벌어들였다. 카카오 생산과정에서의 인권 유린도 비판의 대상이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2~14세의 어린이 28만여명이 카카오 농장에서 인신매매와 혹사,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트디부아르 야당은 정부와 반군이 카카오 뿐 아니라 커피와 목화, 원유 등을 통해서도 자금을 끌어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다이아몬드처럼 카카오 제재조치에 따른 부작용도 지적된다. 지역전문가인 대니얼 배린트_쿠르티는 “카카오 생산 근로자 300만~40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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