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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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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위선

입력
2007.07.17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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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로 잘 알려진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의 수 많은 영웅들 중 카이사르를 가장 높이 평가한다. 뛰어난 군인이자 정치가로서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사고를 하면서도 중요한 고비에서는 과감한 결단력으로 돌파한 리더십을 높이 산 것이다.

그는 아랫사람들이 고생스러운 일도 즐겁게 하도록 하는 비상한 재능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매력남이었으니 로마의 귀부인들 사이에서 당연히 인기가 높았고 염문도 많이 뿌렸다.

하지만 헤어진 여인들로부터 원한을 사는 법이 없었으며, 오히려 옛 연인들의 후원이 그의 정치적 성공에 도움이 되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대단한 능력이다.

■그런 능력이라면 미국의 차기 대선 공화당 주자로 급부상한 프레드 톰슨 전 상원의원도 뒤지지 않을 것 같다. 한때 그의 연인이었던 컨트리 가수 로리 모건은 "그 같은 남자랑 결혼하는 것은 모든 여성의 꿈일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이혼한 첫번째 부인도 그의 선거운동을 돕겠다고 나섰다. 인기 미드 <법과 질서> 에서 대쪽 검사역을 맡아 열연하기도 한 그는 <다이 하드> 등 2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공화당 지지자들에게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신화를 재현할 기대주로 꼽힌다. 정식으로 출마선언을 하지 않았음에도 공화당 후보 중 지지도 1위를 꿰찬 배경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의 과거 행적 등을 추적하는 언론의 맹렬한 검증 공세에 직면해 있다. 워싱턴 정가의 마당발로 활약하면서 대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부적절한 로비를 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전통적 가족 가치를 중시하는 미국 사회의 보수세력은 첫 부인과 이혼하고 25살 연하 부인과 재혼한 것 등 그의 자유분방한 여성편력에 눈총을 주고 있다. 공교롭게도 공화당 유력 주자들은 대부분 이혼과 재혼을 반복하거나, 혼외 정사 등의 흠결로 보수주의자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워싱턴의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 닷 컴'(Politico.com)은 공화당 유력 후보들이 자신들은 이혼과 재혼을 거듭하면서, 가족의 가치를 내세우는 것이야말로 위선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자신이 내세우는 가치와 실제 행동이 전혀 딴판인 위선은 우리 사회에도 드물지 않다. 북한 인권 문제만 나오면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정작 자신 주변의 인권 문제에는 전혀 무관심한 사람들이 어디 한 둘인가.

밖에서는 남녀평등과 진보적 사회 가치를 주장하면서도 집에 들어와서는 권위적인 가장으로 군림하는 운동권 출신 인사들도 많이 봤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또 얼마나 많은 위선이 판을 칠 것인가.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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