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한번 보자”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한국인. 소설에 의하면 그것은 “good-bye의 이음 동의어인 동시에 see you later의 번역어”다(‘위험한 독신녀’). 피차 부담 없이, 부드럽게 전화를 끊기 위한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사실은 상식이다.
정이현(35)의 두 번째 소설집 <오늘의 거짓말> 은 도시 남녀들로부터 길어 올린 일상 풍경으로 점묘돼 있다. “그들의 삶에 더 이상 절정이란 없다”(‘타인의 고독’)고 소설은 이야기한다 오늘의>
테이크 아웃, 치즈ㆍ야채ㆍ쇠고기 김밥은 주식이고, 진공 비닐 팩에 담은 설렁탕은 어쩌다 뜨뜻한 국물이 생각나는 날의 별미다. 지금 공동체의 중심부로 진입해 오고 있는 그들과 이 시대는 얼마나 소통하고 있을까. 16일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맨들맨들한 일상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에 대한 성찰의 결과”라고 10편의 수록작을 압축했다. 2004년 봄에서 2006년 겨울까지 씌어진 작품은 일상의 사회심리학이다.(문학과 지성사)
<삼풍 백화점> 은 이질적인 작품이다. 퇴고를 거쳐 나온 다른 작품과는 달리, 불과 너닷새만에 씌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일상적ㆍ개인적 공간이 어느날 갑자기 문제적 공간으로 돌변하면서 내면에 큰 흔적을 남길 수 있다는 악몽을 평범한 젊은이들의 일상 속으로 밀어넣는 작품은 우리 시대의 숨은 지옥도다. 작품을 쓸 당시, 글 힘에 쫓겨 인스턴트 우동 들이키는 시간도 아까웠다고 작가는 기억한다. 삼풍>
1972년생으로 1991년 대학생이 된 자신을 ‘90년대 아이’라는 군집 속으로 자신을 밀어넣으려는 어떤 힘을 그도 인정한다. 그것은 강경대 치사 사건 당시 미팅에 열올렸다는 죄책감이면서도, 서태지와 아이들에 대해 매혹된 시간들로 이어졌다. <타인의 고독> 은 이혼한 젊은 부부 이야기다. 타인의>
갈라선 둘은 현재 애인의 허락 아래, 신청자에게 등급을 매겨 선 볼 기회를 주는 업소를 전전하다 기르던 개의 양육 문제로 다시 만난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30살은 장난처럼 넘긴다. 그 중 29세에 본 일곱번째 맞선에서 4살 연상의 파트너를 만나 이듬해 결혼한 여주인공은 예외적이다(<어두워지기 전에> ). 어두워지기>
그러나 그녀로부터 이 시대의 스산한 풍경이 전해진다. “한 달에 한 번쯤 간헐적으로 있던 부부 관계는 결혼 일 년 뒤 느슨히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곧 전무해진” 그들은 좋게 말해 동지애 비슷한 걸로 묶여진 섹스리스 커플이다. 이웃에 대한 관심이라곤 살인 사건 것이 터져야 갖는 호기심 정도가 고작이다.
“우리 세대는 나이만 먹었지, 가슴속에 아이를 갖고 세상에 낯설어 하죠. 그들도 사회와 현대사 속의 존재라는 점을 알게 하고 싶었어요.” 1991년에 20대로 진입, 이른바 ‘90년대 아이’로 이해되는 작가는 그렇게 희망했다. 소설 속 한 켠에서 그는 이렇게 썼다. “자유의 대가로서 고독을 지불해야 하듯 이 곳은 기브 앤 테이크의 계약으로 이뤄진 거대한 네트 워크”라고.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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