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스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첨단 디지털영상 저장장치(DVR) 전문 생산업체다. DVR은 폐쇄회로 TV(CCTV)와 같이 보안용으로 영상을 녹화 저장하는 기계로, 과거 비디오 테이프(VCR)와 같은 아날로그 방식이 아닌 디지털 방식으로 영상을 저장하는 장치다.
올해로 회사 설립 10년째가 된 아이디스는 정보통신(IT) 업종 관계자들과 투자자들을 제외하고 아직 일반인에게는 낯선 이름의 회사지만 국내시장 점유율(35%) 1위, 세계시장 점유율(15%) 1위를 달리는 명실상부한 국내 으뜸 벤처기업이다.
우연한 창업
아이디스 김영달 사장은 1995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 과정을 밟던 중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 회사에 연구원으로 파견을 나가게 되는데, 이것이 아이디스를 창업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교수나 연구원이 천직일 것으로 믿었던 그는 '벤처'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90년대 중반 애플이나 휴렛팩커드 등 당시 실리콘밸리에 운집한 내로라는 벤처기업들의 역량을 보고 감탄, 미국 현지서 창업을 결심했다.
1년 뒤인 96년 귀국한 김 사장은 KAIST 동료 3명과 함께 곧바로 창업에 나섰다. 대부분의 창업 과정이 우선 사업 아이템을 정하고 시장조사 등 사전 분석을 거치는 것과 달리 김 사장은 창업을 먼저 결정한 뒤 사업자등록까지 거의 1년에 걸쳐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무모하다는 주변의 지적도 많았다.
그러나 그는 대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은 피하고, 기술집약적 사업이면서 세계 최고에 도달할 수 있는 아이템을 창업 기준으로 찾은 끝에 보안 분야가 유망하다고 판단, 97년 9월 아이디스를 설립했다.
그의 선택은 옳았다. 창업 초기부터 연 평균 34% 이상의 매출 성장을 보인 아이디스는 창업 8년 만에 DVR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꼽히는 미국의 제네럴일렉트릭(GE)과 영국의 데디케이티드마이크로스(DM) 등을 제치고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의 보안장비업체로 올라섰다.
김 사장은 "대부분의 신규사가 시장에 진입하는 데는 초기 장벽이 높아 고전하기 마련인데 아이디스는 보안장비가 아날로그 방식인 VCR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던 전환기에 맞춰 시장에 진출, 비교적 쉽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계시장에 이름을 알리다
아이디스는 사업 초기에 보안 시장이 어느 정도 구축돼 기본적인 제품 수요가 뒷받침되는 해외를 전략적인 승부처로 삼았다. 지난해에는 매출 713억원 중 80%가 해외에서 거뒀다. 2001년 이후 2005년까지도 줄곧 전체 매출의 79~92%는 해외 수출을 통해 벌어 들일 정도로 해외 시장에 대한 비중을 높여왔다.
최근 환율하락과 유가상승 등 기업 외부 환경은 나빠졌지만 아이디스의 매출 등 영업 실적은 해마다 개선됐다. 아이디스가 매년 20% 이상 영업이익률을 기록해올 수 있었던 것도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해외 수출이 꾸준히 늘어난 덕분이다.
아이디스가 세계 시장에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었던 것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개최가 결정적인 분수령이 된다.
첨단 보안장치 도입을 추진하던 호주는 시장 선점을 하려는 세계 보안장비 회사들의 치열한 각축장이 됐다. 세계 굴지의 회사들과의 경쟁 속에서 아이디스의 DVR은 현지 관계자들로부터 최우수 디지털 첨단 보안장비 제품으로 선정돼 호주 전역의 운동장과 각종 시설물에 자사 제품을 설치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후 미국의 9ㆍ11테러 등으로 보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이디스는 호주시장에서의 기술 인지도를 바탕으로 미주 시장은 물론 유럽시장까지 파고들었다. 해외시장 확대에 힘입어 2001년 161억원이었던 매출은 ▦2002년 403억원 ▦2004년 514억원 ▦2005년 697억원 등으로 급성장세를 타기 시작했다.
아이디스는 코스닥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2002년과 2004년 두 차례에 걸쳐 미국 포브스지가 선정한 '세계 200대 베스트 중견기업'에 뽑히는 영예도 안았다.
특히 시드니 올림픽을 계기로 현지에서 기업 인지도가 높아진 아이디스는 지난해말 현재 호주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45%를 기록할 정도로 확고한 입지를 굳혔다.
세계 최고의 보안전문 그룹을 향해
DVR 분야 세계 1위 자리에 올랐지만 아이디스의 성장 엔진은 사업 초기보다 더 빨리 돌아가고 있다.
후발 업체들의 추격을 물리치고, 시장이 요구하는 첨단 제품을 만들기 위해 아이디스는 연구개발(R&D)에도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아이디스는 전체 직원(210명) 가운데 40%에 가까운 80명을 R&D인력으로 구성할 정도로 기술 연구개발에 파격적인 지원을 한다. 석ㆍ박사 학위를 가진 연구원이 50% 정도다.
아이디스 IR담당 곽정필 과장은 "기술력이 회사 존폐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인 만큼 뭄?최고 수준의 인재를 뽑아 그들의 창의적인 능력을 제품화하는데 노력하고 있다"며 "연구개발비로 전체 매출액의 10% 가량을 재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오늘날의 성공이 있었던 것도 보안 분야 한 우물만을 파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며 "보안장비 제조를 기반으로 해서 보안전문 그룹으로 회사를 키워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 김영달 사장 "무차입 경영·투명한 회계 자랑거리"
"중요한 인터뷰인데 잠시 넥타이 맬 시간부터 좀 주시죠." 노타이 셔츠 차림에 가벼운 악수로 기자를 맞은 디지털 영상 저장장치(DVR) 업체 아이디스 김영달 사장은 서둘러 넥타이를 챙겨 매고 자리에 앉았다.
"예전에는 인터뷰를 많이 꺼린 편이었는데 요새는 직원들 생각해서라도 인터뷰 요청에는 꼭 응하는 편"이라고 운을 뗀 김 사장은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부터 전했다.
그는 "성공한 국내 벤처 기업으로 DVR 분야 세계 1위라는 기업 평가에도 불구하고 회사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아 직원들이 섭섭한 마음을 갖지 않을까 종종 걱정한다"며 "이 때문에 외부로 회사를 알릴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고 쿨한 첫인상과 차분하면서도 흐트러짐 없는 말투에서 직원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솔직함이 묻어났다.
김 사장은 창업 후 10년간 회사를 운영하며 한번도 적자를 내지 않은 '운이 좋은' 경영자, 아니 '실력 있는' 경영자다. 벤처 거품이 꺼져가던 2000년대 초반에도 회사 매출을 평균 30% 이상씩 끌어올린 탁월한 사업 능력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시간에 따라 사업 성패가 좌우된다는 말이 있는데 아이디스의 경우 창업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이죠. 기본적으로 기술력도 중요했지만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는 과정에서 생긴 틈을 타 시장에 진입했던 것이 주효 했죠."
시기적인 운도 좋았지만 애초부터 '남는 사업을 한다'는 기본 원칙을 확고히 세우고 실천한 것이 오늘날의 성공이 있게 한 밑거름이 됐다.
김 사장은 "창업 초기 세웠던 ▦이윤을 남겨야 한다 ▦세계 최고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구성원 모두의 행복 추구라는 세 가지 경영 원칙은 아직까지 흔들림이 없다"며 "이들 원칙을 지키다 보니 회사 발전도 따라온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재무 상태도 흠잡을 데 없이 든든하다. 김 사장은 "무차입 경영을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해말 현재 부채비율도 7.4%에 불과할 정도로 건전하다"며 "투명한 회계처리 또한 회사의 자랑거리"라고 전했다.
전태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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