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제2의 교역 상대국인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이 16일부터 20일까지 벨기에 브뤼셀에서 진행된다.
양측이 FTA에 임하는 기본적인 입장과 원칙을 확인했던 1차 협상에 이어 이번 협상에서는 실질적인 논의가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EU가 2차 협상 직전 제시한 양허(개방)안에서 예상 외로 큰 폭의 개방 의사를 밝힘에 따라 우리측에 공세의 고삐를 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차 협상에서는 ▦상품 ▦서비스ㆍ투자 ▦규제 이슈 ▦분쟁 해결ㆍ지속가능 발전 등 4개 분과 모두에서 협상이 이뤄진다. 상품 분야에서는 양측 모두의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가 관심 품목이다.
EU의 자동차 수입 관세율은 10%여서 철폐 효과가 한미 FTA보다 훨씬 크다. EU측이 자동차 관세 철폐 기간을 상당히 보수적으로 제시했다는 관측(최장 7년)에 따라 우리측은 이를 앞당기자는 요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
김한수 우리측 수석대표는 10일 브리핑에서 “자동차는 서로가 상당히 무서워하고 있다”고 말해 자동차 분야가 최대쟁점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EU측의 경쟁력이 높은 기계류와 화학 제품도 불꽃튀는 협상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화장품도 EU측이 관심을 기울이는 품목이다. 우리측은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를 2차 협상에서 공식 요구키로 했다.
농산물의 경우 EU는 한국에 수출을 많이 하는 위스키, 와인, 돼지고기, 닭고기, 유제품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쌀 및 쌀 관련 16개 품목을 개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EU는 우리측의 민감 품목을 고려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어서 농산물에서는 치열한 결투가 벌어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EU측이 법률ㆍ금융서비스에 협상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측은 한미 FTA에서 개방한 수준의 범위에서 대응키로 했다. 우리측은 전문직 자격증 상호 인정을 비롯, 금융기관 고위 임원의 국적제한 철폐 등을 EU측에 요구할 계획이다.
지적재산권 분야에서도 EU는 미국 못지 않은 공세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명품 브랜드나 디자인 등 많은 영역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어 지재권 보호수준을 크게 강화할 것을 요구할 전망이다.
EU의 적극적인 태도를 감안할 때,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한 양측의 협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EU가 2차 협상 개시 직전에 교환한 상품 개방안에서 우리측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적극적인 개방안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협정 발효 후 7년 내 모든 품목의 관세 및 쿼터를 100% 철폐하겠다는 내용의 상품 개방안을 내놓은 것. 우리측의 개방안이 오히려 보수적일 정도다.
EU는 1차 협상 직전 열린 통상장관회담에서도 “블러핑(허세 부리기) 등 협상 진전을 지연시킬 수 있는 방식을 지양하고 실질적인 협상을 할 것”을 제의한 바 있다.
쌀 쇠고기 등 한미 FTA에서처럼 쟁점으로 떠오를 만한 민감 농산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전망을 밝게 한다. EU는 쇠고기의 경우 유럽 내 수요를 맞추기에도 급한 상황이고, 쌀 등 우리측 민감 농산물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미 FTA에서 논란이 됐던 투자자-국가 소송제(ISD)도 사실상 협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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