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 일가의 주민등록초본 유출에 박근혜 전 대표 측 인사가 관련됐다는 사실이 15일 알려지자 박 전 대표 캠프는 휴일임에도 긴급 회의를 소집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박 전 대표 캠프는 ‘돌출 악재’에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캠프 관계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믿기지 않는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일제히 말문을 닫았다. 당초 예정됐던 박 전 대표의 기자간담회도 취소됐다. 한 관계자는 “여성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준비가 덜돼 연기된 것으로 이번 사안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오후 들어 계보 의원들이 급히 캠프로 모여들었고, 대책을 숙의하기 위해 장시간의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캠프는 오후 늦게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못했다. 곤혹스러움의 표현인 듯했다.
홍사덕 위원장은 “일단은 사실 확인이 우선”이라며 “우리도 주민등록초본 유출에 연루됐다는 홍씨와 연락을 취하고 있는데 여의치 않다”고 설명했다. 최경환 상황실장도 “당사자의 소명을 들어봐야 하는데 연락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박 전 대표 측의 반응이 이번 사안과 캠프가 직접 관련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제스처’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었다. 박 전 대표 측으로선 홍씨가 이 전 시장 주민등록초본 유출에 관련됐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개인이 알아서 한 일이며 “캠프와는 관련 없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캠프의 한 인사는 “홍씨가 외곽 조직의 일을 하기는 했지만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인물”이라며 애써 홍씨와 캠프 간에 거리가 있었음을 강조했다. 또 다른 캠프 인사도 “(홍씨는) 멀리서 한두 번 본 것이 전부”라고 했다.
이번 악재가 모처럼 좋아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많았다. 한 캠프 핵심 관계자는“일일이 해명하고 맞대응하기보다는 일단 사태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며칠 간 소나기를 맞는 것은 불가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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