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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美보란 듯' 군축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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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美보란 듯' 군축 거부

입력
2007.07.1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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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MD)기지 설치에 맞서 마침내 유럽재래식무기감축협정(CFE) 이행 유예라는 초강경 카드를 빼 들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4일 미국의 MD 설치 계획을 “러시아연방의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비상상황”으로 규정한 뒤 러시아의 CFE 이행 유예를 골자로 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로 러시아는 자국군 훈련에 대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감시단의 입국을 금지하고 군대배치 정보 교환을 중단할 수 있으며, 서부 국경에 중화기를 배치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NATO 회원국으로서는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느낄 수 밖에 없다.

CFE는 NATO와 구 소련 주도의 바르샤바조약기구가 1990년 재래식 전력의 보유 상한선을 정해 초과 부분을 파괴하거나 민수용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한 조약으로, 99년 구 소련 해체 이후의 상황을 반영해 개정됐다. 러시아는 이를 비준했으나 미국과 NATO 회원국들은 몰도바와 그루지야로부터 러시아군의 철수를 주장하며 비준을 미루고 있다.

NATO와 백악관은 러시아의 조치에 즉각 “NATO 동맹국들은 CFE가 유럽의 안정에 중요한 초석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러시아의 CFE이행 유예조치가 곧바로 미국 중심의 NATO와 군축경쟁을 촉발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푸틴 대통령이 앞서 4월 미국의 MD 설치와 러시아의 CFE 이행 약속을 연계하겠다고 말해 이번 조치가 예상돼 온데다, 탈퇴가 아닌 유예라는 온건한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다. 때문에 CFE 이행 유예 역시 6일 칼리닌그라드 미사일기지 건설 경고에 이은 후속 압박책으로 분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아제르바이잔 및 러시아 남부 레이더기지 공동 사용 등 자신의 잇단 협상안을 미국이 묵살한 데 대해 대단히 실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근거로 러시아 내에서는 미국이 계속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다음에는 중거리핵전력협정(INF)의 일방적 탈퇴선언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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