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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간 '직무별 채용방식' 뚫은 2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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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활건간 '직무별 채용방식' 뚫은 2인

입력
2007.07.1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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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에 박힌 서류와 필기, 면접이 합격을 좌우하는 평범한 취업시대는 갔다.

기업은 제 입맛에 맞는 인재를 뽑기 위해, 다양한 채용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전형기간도 길어지고 내용도 독특해졌다.

회사는 구직난 속 구인난을 부채질하는 “일단 붙고 보자” 식의 얄미운 최단기 퇴사자를 사전에 걸러내고, 지원자는 입사 희망기업을 장고 끝에 고르게 된다.

LG생활건강 역시 2005년부터 ‘소비자 마케팅 회사’라는 기치를 내걸고 ‘세일즈 스쿨’(영업 부문) ‘마케팅 세미나’(마케팅 부문) 등 새로운 채용방식을 실시하고 있다. 직무별 채용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자와 회사의 궁합을 한두 달에 걸쳐 집중 조명하는 방식이다. 결과는 ‘윈-윈’(Win-Win) 이다.

‘Best People’(최고의 인재)보다는 ‘Right People’(바른 인재)을 선호한다는 LG생활건강의 특별한 채용에서 살아 남아 꿈을 키우고 있는 2인을 만났다. 그들이 취업 전 쌓은 것은 ‘취업 스펙’(어학 학점 자격증 등)이 아니라 땀과 고민이 배인 생생한 현장 경험이었다.

■ '세일즈 스쿨' 출신 김민경씨

지난해 12월 입사한 LG생활건강 화장품사업부의 김민경(27ㆍ여)씨는 세일즈 스쿨 출신이다.

세일즈 스쿨 전형은 백화점 대형할인점 등의 ‘일일 영업사원’(현장면접), 3박4일 합숙, 3주간의 영업현장 인턴업무를 거친 지원자 중 우수자를 신입사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김씨는 “대학에서 전공을 3개(시스템공학 경영 의상학) 한 거 외에는 경쟁자보다 스펙도 뛰어나지 않았고 나이도 많았다”고 했다.

그런 그가 세일즈 스쿨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건 대학시절 색다른 경험을 통해 몸으로 익힌 현장감각 때문이다. 그는 “과외 아르바이트는 쉽게 돈 벌고 남을 속이는 것 같다는 생각에 몸으로 하는 아르바이트를 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2년 가까이 어머니가 하는 미용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전엔 전혀 해보지 않은 눈썹 손질, 마사지 등 손님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일을 익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재미를 느꼈고 고객에 대한 배려도 배우게 됐다.

그는 “어느날 결혼식에 가는 한 할머니의 표정이 어두워 볼 터치를 해줬는데 금방 생기가 돌고 기뻐하더라”라며 “‘남을 행복하게 해주는 영업을 해야겠다’는 꿈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 뒤 그는 여성들의 행복을 담보하는 화장품쪽으로 진로를 정하고 잡지사 헤어&메이크업 담당, 대학 이미지메이킹 강좌 준비, 의상학 전공 등 관련 경험을 착실히 쌓아갔다.

“요즘 세상에 가고 싶은 회사를 골라 가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오빠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그는 곁눈질하지 않았다. 기다림 끝에 지원한 LG생활건강 세일즈 스쿨에서 그는 ‘물 만난 고기’였다.

현장체험에선 “화장품을 많이 파는 것보다 고객의 감성에 호소하기 위해 한가지라도 칭찬을 해주라”는 주문으로 경쟁자를 압도했고, 담배냄새에 찌든 대전의 허름한 여관에서 버틴 3주간의 인턴생활도 “고객들을 직접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는 “다른 회사에 지원하고 싶어도 이력서 양식에 채울게 없어서 늘 고민이었는데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직접 보여줄 수 있는 채용방식 덕분에 합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5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현재 고객관계관리(CRM) 팀에서 대형할인점 화장품 매장을 맡고 있다.

■ '마케팅 세미나' 출신 이윤진씨

LG생활건강 생활용품사업부의 이윤진(26ㆍ여)씨는 마케팅 세미나 2기 출신이다. 이 전형은 캠퍼스면접과 서류, 프리젠테이션 면접, 2박3일의 상하이 마케팅 세미나, 4주간의 인턴 등을 거쳐야 최종합격 통지를 받을 수 있다.

이씨는 욕심이 많았다. 사진 동아리와 학술동아리, 자신이 직접 만든 미술동아리 등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올인’ 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는 “미리 정한 진로는 없었지만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조직을 움직이는 일, 그 중에 마케팅이 맞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그는 마케팅 공모전에 나가 상도 타고, 광고회사에서 인턴도 하면서 차츰 경험을 쌓았다. 그는 “광고회사에서 일하는데 불현듯 제품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백날 광고해봐야 해결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후 그는 브랜드 메니저의 꿈을 키웠다.

그는 지난해 마케터로 일할 수 있다는 제안에 선뜻 마케팅 세미나에 참가했다. 두 달간의 긴 여정이었지만 자신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저보다 똑똑한 지원자가 많았어요. 뒤지지 않기 위해 중간중간 매장조사 및 해외 트렌드 점검도 하고 제품 디자인을 찍어 가기도 했죠. 성실하고 재미있게 일하는 모습, 저만의 에너지를 드러내려고 노력했어요.”

오랫동안 한결 같?그의 모습은 좋은 점수를 얻었다. 전형기간이 길었던 탓에 일하고 싶은 마음도 커졌다. 결국 그는 지난해 12월 쟁쟁한 경쟁자를 제치고 LG생활건강에 입사했다.

특별한 채용으로 뽑힌 만큼 업무에 대한 애착도 크다. 그는 “평범하게 합격한 것보다 이 회사에 적합해서 선택 받았다는 생각 때문에 퇴근하자마자 다음날 출근이 그리워지고 꿈에서도 일하는 장면이 나올 만큼 의욕이 넘친다”고 웃었다.

고작 입사 8개월차인 그는 벌써부터 자신을 ‘치약 7형제의 엄마’라고 소개한다. 자신이 맡고 있는 치약 브랜드를 제대로 관리하겠다는 당찬 포부 때문이다.

그는 입사원서에 썼던 글을 소개했다. “깊은 통찰력으로 죽어가는 브랜드의 문제점을 짚어내 성공적인 브랜드로 만들겠다.” 그의 꿈은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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