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 친인척의 주민등록초본이 부정 발급되는 과정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캠프측 인사가 개입됐다는 진술이 검찰 수사에서 나왔다.
이 전 시장 관련 고소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최재경)는 15일 서울 신공덕동사무소에서 이 전 시장의 맏형 상은씨, 부인 김윤옥씨, 처남 김재정씨 등 3명의 주민등록초본을 발급 받은 전직 경찰관 권모(64)씨에게서 “박 전 대표 캠프측 홍윤식씨의 의뢰를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 홍씨를 조만간 소환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씨는 연세대 총학생회 간부 출신으로 박 전 대표 선대위에서 전문가 네트워크위원장을 맡고 있다. 홍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3개월 전쯤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권씨가 초본을 들고 와 한번 봤을 뿐 내가 의뢰한 것이 아니다”며 “언론유출과도 무관하며, 함정에 걸린 느낌”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권씨는 검찰 조사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홍씨가 쪽지에 주민등록번호 3개를 적어 와 ‘사업상 필요하다’며 발급을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권씨는 4년 전 서울 S경찰서 경정으로 퇴직했다.
검찰은 이날 권씨를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권씨는 홍씨의 부탁을 받고 법무사 사무소에 다니는 아들을 둔 채모씨를 통해 신용정보업체로 하여금 지난달 7일 신공덕동사무소에서 이 후보 맏형 상은씨 등 3명의 주민등록초본을 발급 받게 한 혐의다. 검찰은 이 전 시장 부인의 위장전입 의혹을 제기했던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측이 보유한 이 전 시장 친인척의 초본 사본을 제출 받아 권씨가 발부 받은 초본과 동일한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 주 초께 건설교통부, 행정자치부, 국세청 등 공공기관 정보전산망 로그인 자료 분석을 마무리한 뒤 이 전 시장 가족 관련 정보 유출 혐의가 있는 공무원들을 소환할 방침이다. 또 16일부터 한나라당 유승민, 이혜훈 의원, 서청원 전 고문, 열린우리당 박영선, 김혁규 의원 등 피고소인도 일괄 소환 조사키로 했다.
한편 박 전 대표측 이혜훈 대변인은 “홍씨와 권씨 사이에 말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검찰수사를 통해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이 전 시장측 장광근 대변인은 “박 전 대표 캠프 막후의 핵심 인물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면 경악할 일”이라며 “검찰은 이들의 배후와 함께 자료가 어떤 경로로 누구에게 전달돼 어떻게 쓰였는지 신속하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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