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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토론의 달인' 임서희(컬럼비아대 입학 예정)양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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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토론의 달인' 임서희(컬럼비아대 입학 예정)양의 비결

입력
2007.07.16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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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회 문제가 생겼을 때, 꾸준히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면 조금씩 사회가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토론자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서울 대원외고를 졸업한 임서희(19)양에겐 ‘영어토론의 달인’이라는 별명이 따라 붙는다. 지난해 영국 웨일즈에서 열린 세계학생토론대회(WSDC)에서 ‘EFL 연사 상’을 받아 비영어권 국가 출신 중 가장 뛰어난 토론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4~12일 한국토론협회와 YBM시사 주관으로 우리나라에서 열린 올해 WSDC대회에서도 임양 등 고교생 5명으로 구성된 한국팀은 16강 본선에 오르는 등 좋은 성적을 거뒀다.

임양은 현재 9월 미국 아이비리그(동부 지역 8개 명문대) 중 하나인 컬럼비아대 입학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WSDC 참가자는 어떤 논제든지 양쪽 주장을 균형 있게 다룰 수 있는 능력을 보여야 한다. 주제는 ‘전쟁범죄자 처형’, ‘마약 합법화’, ‘핵확산금지조약 존폐’ 등으로 고교생으로서 결코 가볍지 않다.

주제가 정해지면 찬성, 반대 팀으로 나누어 각각 정해진 순서와 시간에 맞춰 토론을 벌여야 한다. 비영어권 국가 참가자를 고려해 발음ㆍ억양보다는 주장하는 내용과 논리적인 표현력이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다.

‘당신이 회사 사장이라면 여성 채용을 늘리겠는가’란 주제가 나왔을 때 임양은 이베이의 맥 휘트먼, HP의 칼리 피오리나 등 승진의 유리 천장을 깨고 당당히 성공한 기업인 사례를 들며 찬성 논리를 전개해 나갔다.

고2 때 처음 영어토론대회에 참가한 임양은 매일 아침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 등 영어신문 칼럼을 스크랩해 혼자만의 시사노트를 만들었다.

두 가지 상반된 주장을 동시에 다루는 칼럼을 수시로 읽은 것이 가장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마음에 드는 주장은 외워 실제 토론 대회에 사용하기도 했어요.”

임양은 3살부터 약 5년간 영국에서 살았다. 그러나 영어공부는 한국에 돌아온 다음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비싼 영어학원이나 과외를 받는 대신 택한 방법은 영어책 읽기 였다.

주말엔 아버지와 서울 시내 대형 서점을 돌아다니며 하루종일 원서만 읽은 적도 많았다. 임양은 특히 문학에 관심이 많아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 조이스 캐롤 오츠의 <블랙 워터> 등을 좋아했다. 임양은 “영어책을 닥치는 대로 꾸준히 읽었던 것이 지금 영어실력을 갖추게 된 비결”이라고 했다.

고교에 들어와선 관심 분야가 점차 넓어졌다. 미국 학자 노엄 촘스키가 쓴 사회 비평서적을 비롯해, 주로 인권과 정치 분야 책들을 읽어 나갔다. 유학 준비를 하면서 원서 작성이나 에세이쓰기를 비교적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었던 것도 다 독서의 힘이었다.

글쓰기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임양은 독서와 별도로 영어로 글쓰기를 연습해 왔다. 책을 읽고 난 후, 전체 내용을 요약해서 정리해 갔다.

미국 유학을 위해 미국역사를 공부할 때는 내용을 통째로 베껴 쓰면서 암기했다. 그러나 책 속 문장을 그냥 똑같이 베껴 쓰는 것이 아니라, 문장의 의미는 그대로 두고 또 다른 문장으로 바꿔 쓰는 연습을 병행한 것이 글쓰기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듣기 연습을 위해 임양이 따로 택한 방법은 영어방송 듣기였다. 영국 BBC방송을 MP3 플레이어에 다운받아 등ㆍ하교할 때마다 들었다. 뉴스 청취는 처음 들을 땐 생소한 단어와 내용이 많지만 꾸준히 하다 보면 시사 감각을 기를 수 있다.

임양은 토론대회를 준비하며 진로도 결정하게 됐다.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아동학대 문제에 관심이 생겨 인권학을 전공하기로 마음 먹었다.

앞으로 미국에서 공부하면서도 틈틈이 사회 봉사활동도 할 작정이다. 세계적인 인권 운동가를 꿈꾸고 있는 임양은 “한국에도 토론문화가 정착해 사회문제를 더욱 합리적으로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영어토론 시 알아두면 유용한 표현

▦ Firstly, I would like to define today’ s motion.

(먼저 오늘 다룰 의제에 대한 정의를 내립니다.)

▦ Our three major arguments will be….

(우리 팀의 세가지 주요 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Our team line is….

(우리 팀의 전체적인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 I would like to refute a few points.

(몇 가지 점을 반박하고 싶습니다.)

▦ Their case has some major flaws.

(상대편의입장에는몇가지큰문제점들이있습니다.)

▦ They say….

(상대편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 The motion must stand.

(의제를 지지해야 합니다.)

▦ This motion must fall.

(안을 반대해야 합니다)

▦ Point of Information!

(그 내용에 대해 제시할 점이 있습니다.)

▦ On that point!

(이의 있습니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 영어토론 잘 하려면… 박규일 한국토론협회장 조언

영어토론을 잘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박규일 한국토론협회 회장은 “기본적인 회화 실력을 갖추되 어려운 단어ㆍ문법을 쓰는 것보다는 논리적인 사고력을 키우고 자신감 있게 쉬운 표현을 쓰는 것이 토론을 잘 하는 비결”이라며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토론은 논리와 지식을 요구한다. 다양한 종류의 관련 자료를 읽고, 어느 정도 이해를 했는지 확인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토론자에겐 이슈만 주어진다. 정보와 해결책을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가르쳐 주는 사람은 없다. 따라서 토론자는 자료 읽기에 앞서 필요한 내용이 무엇인지 찾아봐야 한다.

또 그 자료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지, 주제에 따라 어떤 자료를 보는 것이 합당한지, 필요한 자료를 어떻게 가장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는지도 고려 대상이다.

토론에 들어가기 전 자신의 생각을 종이에 적어 본다. 토론은 글쓰기와 마찬가지로 논리력, 간결한 내용, 호소력 있게 전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토론자는 토론 도중 자신의 생각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하는 메모 기법을 익혀놓아야 한다. 시간 제한과 내용을 고려해 상대방과 청중의 시선을 끌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몸에 익혀야 한다.

토론은 설득이다. 청중이나 상대방 마음 속에 명료하고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주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표현, 단어, 문장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토론자는 자신의 입장을 설명해줄 가장 적합한 표현은 물론 어려운 전문 용어와 쉽고 편안한 표현을 적절히 섞어 쓰는 것이 좋다.

발음이나 태도도 중요하다. 의견을 제시할 땐 명확히 발음하고 자신감 있는 제스처를 사용한다.

준비한 내용을 발표하고 주장만 내세우면 토론이 끝나는 게 아니다. 토론 동안 계속 상대방의 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팀 단위로 토론에 참여하는 경우엔 자신의 팀이 토론 내내 그 흐름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과 상대편의 발표를 계속 듣고 분석해야 한다. 토론자는 상대편의 주요 논점을 파악해야 한다. 논점의 강ㆍ약점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잘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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