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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극복할 수 있다] 1부 암치료, 현재와 미래 <1> 위암 정복에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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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극복할 수 있다] 1부 암치료, 현재와 미래 <1> 위암 정복에 가까이

입력
2007.07.16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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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암 환자 4명 중 1명, 여성 암 환자 7명 중 1명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위암. 그래서 의사들 사이에 ‘국민 암’으로 불린다. 이 기사를 읽는 독자가 남성이라면, 위암으로 사망할 확률은 16분의 1에 달한다. 적다면 적은 확률일 수도 있지만, 누구나 한 번 이상 경험했을 로또 복권의 최소액 당첨 확률(45분의 1)보다 훨씬 높다. 위암의 위협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는 말이다.

보일 듯 말 듯한 위임의 실체

위암은 한국인과 일본인에게 많이 발병한다. 예로부터 짜게 먹는 식습관을 유지해온 두 민족이 같은 암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일단 부적절한 먹거리가 위암의 주 원인으로 분석된다. 짜고, 탄 음식이 위암을 부른다는 연구 결과는 20년 전부터 줄곧 나왔다. 냉장고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소금에 절이거나 훈제한 음식의 섭취량이 줄어들어 위암 발병률이 낮아졌다는 분석도 신빙성 있게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위암의 실체는 완전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암세포가 위벽에 만들어지는 이유가 단순히 먹는 습관 하나 만으로 설명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각종 유전적인 이유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실체 규명까지 갈 길은 멀지만, 최근 들어 유전적인 원인을 제외하고 가장 확증적인 병인(病因)인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하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위암 정복의 실마리가 잡혀가고 있다는데 위안을 삼을 만하다. 이용찬 신촌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헬리코박터가 거의 유일하게 밝혀진 병독(病毒) 인자”라며 “최근 네이처(Nature)지에 헬리코박터균이 위 상피세포를 파괴하는 기전에 대한 연구결과가 실리는 등 조금씩 위암의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위 벽에 붙어 있는 헬리코박터균이 위의 상피조직을 파괴하면 여기에 궤양이 쉽게 생긴다는 것이다. 궤양의 망가진 세포대신 새로운 세포가 만들어지는 기회가 늘어 그만큼 돌연변이(암세포)가 생산되기 쉬워진다. 만약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예방치료 차원에서 항생제를 쓰면 어떨까. 이용찬 교수는 “감염이 의심되는 2,500만 명의 한국인 모두에게 항생제 처방으로 균을 죽이는 예방성 치료를 한다는 것은 의미 없다”며 “위암의 싹을 자른다고 항생제 처방을 하면 이후 내성이 생겨 10%나 치료성과가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위암 가족력이 있는 사람, 과거 위 수술을 받았거나 선종이 생긴 적이 있는 사람 등을 위암 발병의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으로 선별, 식습관 개선프로그램을 적용하고 헬리코박터균이 있는 경우 이를 제거하는 게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다행히 최근 각국에선 염증(위염, 위궤양) 유발 물질이 어떤 유전자에서 기인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연구가 진전되면, 위암발병이 예상되는 사람을 유전자 검사를 통해 미리 찾아내 좀더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게 가능해진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헬리코박터균의 감염을 원천봉쇄해줄 백신의 개발을 기대해도 좋을까. 아쉽게도 아직 이 분야의 전망은 밝지 않다. 헬리코박터균은 감염되는 사람에 따라 변종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공통적으로 예방효과를 낼 백신이 쉽게 나오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치료수준, 완치에 가까이 가 있다

위암은 비록 발병빈도 1위의 암이지만 치료성과는 다른 암에 비해 꽤 괜찮다. 이는 위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 조기 검진을 통해 위암 초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많기도 하지만 국내 의료진의 외과수술 술기(손기술)가 미국, 일본 등 의료 선진국보다 뛰어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영우 국립암센터 위암센터장은 “위암은 초기에 발견되면 완치율이 90%가 넘기 때문에 조기검진이 가장 효과를 거두는 암이다”며 “아울러 수술방법의 향상과 각종 항암제의 발전에 힘입어 사망률이 서서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위암치료의 방법은 다른 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외과적 수술, 항암제 치료, 방사선 치료 등 세가지로 나눠진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위암치료는 대부분 수술에 의존하고 있다고 보면 맞다. 박희숙 순천향대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위암 수술 후 항암제나 방사선을 이용한 보조적 치료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생존율과 재발률에 영향을 준다는 국내 연구결과는 아직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수술이 잘 되느냐, 잘못 되느냐에 위암 치료의 성패가 결정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수술을 할 수 없는 수준의 위암은 치료가 불가능한 것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박 교수는 “대동맥 주변 림프절이나 다른 장기에 퍼져 수술이 어려운 암이라도 개인의 특성에 잘 맞는 항암제를 투여하면 크기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며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 傷【??항암제 치료로 건강한 삶을 되찾은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기존 항암제의 ‘맏형’ 격인 표적항암제가 개발 중에 있어 환자들에게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기존 항암제가 온몸의 세포가 자라나는 것을 방해해 탈모, 백혈구 수치 감소 등 부작용을 보이는 반면,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에만 작용해 부작용이 훨씬 적다.

초기에 발견하면 거의 대부분 완치할 수 있고, 진행성 위암이라도 암을 제거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데다 암세포에만 작용하는 항암제가 속속 나오고 있는 것은 분명 위암 극복의 날이 멀지 않았다는 청신호다. 그러나 그에 앞서 위암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훌륭한 방어책이다. 염분 섭취를 줄이고,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이 위암을 몰아내는 기본이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허정헌기자 xscope@hk.co.kr

■ 40세 이상 2년에 한번 내시경 검사를

1999년 12월 어느날 새벽 4시. 벨 소리에 잠을 깨 전화를 받아보니 미국의 유명한 대학병원에서 병리학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P 씨였다.

갑작스러운 전화에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그는 힘없는 목소리로 “위암에 걸렸다”고 답했다. 그는 10개월 전 위출혈 증상이 나타나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서 위 내시경 검사를 받아 위궤양 소견을 확인했었다. P 교수는 내과에서 처방해준 약을 먹은 후 증상이 호전돼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는 최근 2개월 전부터 속이 쓰리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증상을 느꼈지만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사 때문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고 했다. 그런데 한 이틀정도 지나 다시 위출혈이 있어 내시경으로 출혈성 궤양 병변 부위의 조직검사를 받아본 결과는 위암. 이에 놀라 황급히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그는 며칠 후 귀국해 수술을 받았고 최종 조직검사 상 완치가 가능한 조기위암으로 판명됐다. 덕분에 P 교수는 웃으면서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8년이 지난 지금 P 교수는 유방암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성장, 왕성한 연구활동을 하며 국위를 선양하고 있다. 당시 40대였던 P교수가 만일 국내에서 위출혈증상이 있어 병원을 내원했다면 내시경 검사를 하면서 당연히 조직검사를 받아 암을 확인했을 터이지만 미국에서는 위암이 드물기 때문에 처음 내시경 검사를 했을 때에 조직검사를 생략한 것이다. 운이 좋으려니까 위출혈증세가 다시 있었고 덕분에 2차 내시경검사를 통해 조직검사로 암 확진을 받을 수 있었다.

두 자녀를 둔 32세 주부 K씨는 여느 때처럼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남편은 직장에서 건강검진이 있는데 같이 검사를 해 보자며 권유했고 평소에 건강하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처음에는 싫다고 했지만 남편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 응했다. K씨는 기본적인 혈액검사와 심전도, 소변검사, 흉부X선 촬영, 유방촬영, 초음파, 위 내시경 검사 등을 받았다.

위 내시경검사를 한 직후 의사는 “위암이 의심된다”며 정밀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권했다. 예상치 못했던 의사의 말에 평소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하고 살던 그녀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다음날 남편과 함께 대학병원을 찾아가 위 내시경 조직검사, 복부 전산화 단층 촬영 등 정밀검사를 받았다. 며칠 후에 나온 검사결과는 진행성위암으로 이미 간과 복막에 암세포가 전이돼 수술을 할 수 없는 위암 말기였다. 그 후 약물치료를 몇 차례 받았지만 결국 K씨는 진단 6개월 만에 사망했다. K씨처럼 진행성 위암으로 진단 받는 환자 중에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가 10%정도나 된다.

많은 사람들이 위암에 걸리면 무슨 증상이 있는지 궁금해 하는데 위암의 경우에만 특별히 나타나는 증상은 없으며 증상이 있더라도 위, 십이지장궤양이나 위염증세와 비슷할 뿐이다.

진행성위암의 가장 흔한 증상은 과반수의 환자에게서 관찰되는 체중 감소다. 또한 식욕감퇴, 소화불량, 복통, 구토, 위장관 출혈 등의 증세를 동반하기도 하지만 5%~10%정도에서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 증상이 없다고 해서 초기이고 증상이 심하다고 해서 꼭 진행된 암이라고 할 수 없다.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높지만 이미 진행이 많이 된 경우는 생존율이 떨어진다. 조기위암을 치료하지 않고 3년쯤 지나면 진행성 위암으로 진전이 되며, 정기 검진을 받으면 위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반으로 감소된다는 보고도 있다.

세계적으로 위암발생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인 우리나라에서는 40세 이상이 되면 남녀를 불문하고 적어도 2년에 한번씩 내시경 검사를 받아 볼 것을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위암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3배 높은 위암 발생율을 보이며 이전에 위 수술을 받은 과거력이나 직업적으로 발암물질에 노출이 많은 사람, 오랫동안 흡연을 한 사람도 위암 발생율이 일반인에 비해 높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 40세 이하라도 정기적인 위 내시경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위 용종, 만성 위축성 위염, 선종성 용종이 있는 경우도 위암 발병의 위험 인자로 정기적인 검사를 해야 한다.

위암은 조기에 발견되면 완치율이 90% 이상이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국민홍보와 조기검진이 이루어 진다면 위암으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날 날도 멀지 않았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노성훈 연세의료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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