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이 4,500만원 정도 되는 회사원 이모(44)씨는 최근 이자 상환 때문에 속앓이가 심하다. 지난해 초 아내의 성화에 못이겨 소위 '버블 세븐' 지역으로 이사한 이씨는 그 후 집값이 치솟아 표정관리가 힘들 지경이었다. 하지만 무리해 이사하느라 융통한 주택담보대출 3억원의 이자가 슬금슬금 오르면서 이제는 한계 상황에 도달했다.
지난해 2월 매달 156만5,000원 정도 내던 이자가 그 사이 콜금리가 4번 오르면서 이 달에는 185만5,000원으로 1년5개월 만에 29만원(18.5%)이나 올라 이자부담이 자신의 월수입의 절반이 되어 버린 탓이다.
고금리 행진이 본격화하면서 대출자들의 금리 부담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연4.75%로 인상한데 이어 하반기 추가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변동금리가 대부분인 가계대출, 특히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큰 중산층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일제히 오르기 시작했다. 은행의 변동금리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기준 금리로 사용하는데, 이미 전일 CD금리는 콜금리 인상 영향으로 전일에 비해 0.06% 상승했다.
이에 따라 매주 목요일 CD금리 종가를 기준으로 그 다음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결정하는 국민은행은 16일부터 최고 0.21%포인트가 오른 연5.72~7.52%의 금리를 적용키로 했다.
또 직전 3영업일간의 평균 CD금리를 기준금리로 하는 신한과 우리은행은 13일 현재 전일보다 0.02% 올랐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담보대출 금리는 각각 연 6.02~7.12%, 5.92~7.42%로 상승했다. 하나은행 대출자들도 6.16~6.86%(0.06%)의 이자를 내야 한다.
대출금리의 잇따른 인상은 서민계층보다는 연간소득 4,000만~6,000만원대 중상위 소득계층에 더욱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06년 가계자산조사'에 따르면 연소득 4,000만~5,999만원대 계층의 저축총액 대비 부채총액의 비중이 다른 계층에 비해 높았기 때문이다.
연 소득 4,000만~4,999만원 계층의 경우 부채총액 5,145만원(저축총액 대비 76.5%), 5,000만~5,999만원 계층의 경우 6,895만원(78.6%)으로 다른 소득계층의 저축대비 부채비중이 60%대에 머문 것에 비해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기에는 대출의 경우 장기 고정금리로, 예금은 단기 변동금리로 전환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우리은행 김인응 PB팀장은 "앞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는데다 대부분 국가가 금리를 올리고 있어 금리상승세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변동금리 대출을 이용하고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혼합형 대출상품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특히 혼합형 상품 중에도 3년 이상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상품으로 전환하라"고 제안했다. 한편 은행예금은 단기 상품 위주로 선택하되 CD금리와 연동되는 예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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