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순 경찰청장이 유시왕 한화증권 고문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 발생 후 골프를 치고 두차례 전화 통화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사건관련 청탁이 있었는지 드러나지 않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최기문 한화건설 고문은 보복폭행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서울경찰청 간부들에게 청탁을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경찰의 김 회장 사건 수사 은폐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서범정 형사8부장)은 13일 이 같은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택순 청장은 보복폭행 사건 발생(3월 8일) 후인 3월 18일 아내, 유시왕 한화증권 고문, 유 고문 아들과 경기 여주의 R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 또 3월 13일과 4월 29일 두차례에 걸쳐 유 고문과 전화 통화했다.
검찰은 “골프 모임은 사건 발생 전인 3월6일 예약됐고 당시 이 청장과 유 고문은 사건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하고 있으므로 사건 청탁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검찰은 3월 13일 통화에서는 골프 모임에 대한 얘기를 했고, 4월 29일 통화는 이 청장이 유 고문에게 “김 회장 사건에 관여하지 말라”고 전화를 끊어 청탁은 없었다고 결론 지었다.
경찰청장을 지낸 최 고문은 보복폭행 사건 직후인 3월 12일 당시 장희곤 남대문 서장에게 수사 무마를 청탁하고 홍영기 서울경찰청장 등에게 광역수사대에서 수사 중인 사건을 남대문서로 이첩하도록 부탁한 혐의(직권남용)를 받고 있다.
최 고문은 경찰청 간부 5명과 또다른 서울경찰청 간부 1명에게도 전화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관련자 모두 사건과 관련된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진술해 혐의 사실에 포함되지 않았다.
한편 남대문 경찰서 수사팀은 통상적인 수사절차와 달리 3월 28일 가해자인 한화그룹 진모 경호과장을 피해자보다 먼저 소환, 김 회장이 사건과 무관하다는 내용의 조서를 작성하는 등 수사를 ‘내사 종결’하는 방향으로 짜맞추기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언론에 사건이 보도되자 수사팀은 마치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던 것처럼 가짜 수사보고서를 만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강대원 전 수사과장은 김욱기 한화리조트 감사 등으로부터 125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고, 아들의 한화그룹 취직과 퇴직 후 자신도 부장대우로 일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청탁도 받아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강 전 과장은 이 같은 혐의(직무유기)로 불구속 기소됐다.
홍영기 전 서울경찰청장과 김학배 전 수사부장, 한기민 전 형사과장은 최 고문의 청탁을 받고 규정과 달리 사건을 광역수사대에서 남대문서로 이첩한 혐의가 인정됐지만 정상이 참작돼 입건이 유예됐으며 현직인 김 전 부장과 한 전 과장은 경찰에 징계 통보됐다. 한화그룹이 경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사용한 13억 7,000만원 중 경찰에 건너간 돈은 없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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