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다 준 글ㆍ탁자형 그림ㆍ김지효 옮김 / 대교배텔스만 발행ㆍ160쪽ㆍ7,800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학교에 가자고 하면 꾀배를 앓는 척 해서라도 가지않으려는 것이 아이들이다. <방과후 비밀수업> 은 교실, 수영장, 체육관, 화장실 등 학교 곳곳을 공간배경으로 상상력을 펼친 16편의 이야기를 묶었다. 그것이 얼마나 그럴듯한지 학교 가기 싫다는 아이들에게 “학교는 무서운 곳이 아니에요. 곳곳에는 이런저런 비밀이 숨어있단다” 하고 얼러 학교로 데려가는 데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방과후>
이야기를 들려주는 주인공은 학교의 미술실 천장에 살고있는 열 살짜리 쥐. 입심 좋은 이 쥐는 작가의 분신으로 보이는 미술교사에게 기상천외한 판타지들을 들려준다. 뻔한 교훈을 설교하는 것이 아니라, 꿈과 환상을 넘나드는 기법으로 책장을 넘기는 손을 보챈다. 가령 ‘빨간잠수함’ 편은 이렇다. 초등학생 에츠코는 바닷가에 산책을 갔다가 잠수와 부상을 거듭하는 빨간 물체를 발견한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눈을 뜨니 더러운 바닷물이 넘나드는 방 안. 잠수함인줄 알았지만 사실 그곳은 날치의 튼튼한 위장 안으로 에츠코를 태운 날치는 깊은 바닷속을 신나게 유영한다. 날치는 갑자기 학교의 수영장으로 뛰어들고, 그 충격으로 정신을 잃은 에츠코가 주변을 둘러보지만 날치는 온데 간데 없다.
다음날 체육수업 때 학교 수영장에 갔더니 더러운 바닷물 냄새를 풍기는 날치 한 마리가 죽어있고 에츠코는 그 날치를 끌어안고 ‘와앙’ 울음을 터뜨린다. ‘책상 위의 보물섬’ 의 경우 오래된 책상 위에 죽죽 파여있는 선(線)들을 지도위 등고선으로 상상하다가 잠이 든 기요시가 꿈 속에서 보물섬으로 표류하고 오래 전 그 책상을 썼던 주인공을 만난다는 식이다.
처음 이야기를 들을 때는 다소 황당하지만 이야기가 거듭될수록 ‘다음 이야기는? 또 그 다음 이야기는? 그 다음은…” 하며 끊임없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의 장면들이 떠오를 정도로 그럴듯한 판타지와 일본 애니메이션 풍의 섬세한 삽화가 잘 어울린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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