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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공존의 기술' 佛 방리유 이민자 사태 남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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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공존의 기술' 佛 방리유 이민자 사태 남일이 아니다

입력
2007.07.14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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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라, 양창렬 외 지음 / 그린비 발행ㆍ456쪽ㆍ2만3,000원똘레랑스의 나라서 벌어진 차별과 소요한국인이 본 원인…우리도 자유롭지 못해

2005년 가을. 파리 외곽 클리시수부아에서는 경찰의 불심검문을 피해 변압지 주변에 숨었던 이민 3세대 10대 소년 2명이 감전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며칠 후 이 지역 이슬람 사원에 경찰의 최루탄이 떨어지자 프랑스 274개 방리유(banlieueㆍ도시 외곽 지역)의 청년들은 그간의 차별 대우에 분노하며 화염병과 돌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프랑스 정부는 본토에서는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강경 대응에 나섰고, 70%가 넘는 프랑스 국민들이 지지를 보냈다.

방리유 사건은 단순히 범죄의 온상에서 일어난 우발적 사고였을까. 프랑스에서 유학 중인 한국 학자 8명은 이 책에서 방리유 사건의 의미와 원인을 분석함으로써 ‘똘레랑스(tolerance)’의 나라 프랑스의 이면을 들추고, 진정한 공존의 길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방리유에 사는 알제리, 튀니지, 모로코, 세네갈, 코트디부아르 등 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은 ‘방리유자르’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명목상으로는 프랑스에 포함되어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각종 권리와 지위 등에서 배제되는 주변인, 이방인, 소수자들이다.

저자 중 한 명인 이기라는 지난 20여년간 프랑스 사회에서는 이민 2, 3세대를 범죄나 테러와 연결시키는 ‘낙인찍기’와 치안 담론이 통치 기술로 활용돼왔으며, 이것이 방리유 사건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파악한다.

소외 지역 청년들의 절망과 증오를 누적시키고 공권력과의 갈등을 증폭시켜 폭력을 유발케 한 후 대중적 불안을 자극해 공권력 강화를 정당화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내무부 장관이었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사건 몇 달 전 파리 근교 방리유를 돌며 “쓰레기 불량배들을 진공청소기로 쓸어버리겠다”는 식의 모욕적인 발언으로 방리유 사람들을 자극했다.

파리 고등사회과학연구원인 강진희는 역사적 관점을 통해 방리유 사건을 바라본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이민사를 갖고 있는 프랑스는 노동인구가 부족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이민자들을 유입시켰지만, 경제 위기가 닥치면 실업난과 주택난 등 각종 문제의 원인으로 이들을 지목해왔다.

이권능(그르노블 정치대 박사과정)은 이민자의 문화가 달라서 프랑스 사회에 통합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 사회가 이들에게 인종 차별의 굴레를 씌우고, 이들의 문화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통합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고 결론 내린다.

방리유와 관련된 사건들은 여전히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특정 인종이나 지역에 대한 차별과 그로 인한 사회 통합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프랑스만이 아니다. 최근 외국인 노동자가 급증하면서 각종 사회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한국에서도 프랑스의 방리유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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