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6대 대법원장을 지낸 민복기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변호사가 13일 오전 4시17분 서울대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일제강점기인 1913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1938년 경성제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이듬해 경성지법 판사로 법조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50년대에는 대통령 비서관ㆍ서울지검장ㆍ검찰총장을, 63∼66년에는 법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68년부터는 10년간 5, 6대 대법원장을 연임,역대 최장수 대법원장 기록을 갖고 있다.
하지만 박정희 정권이 시국사범에 온정적 처분을 내린 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촉발된 ‘사법파동’(71년)과 유신헌법에 따른 ‘사법파동 주동 판사 재임용 파동’(72년) 등 그의 재임 기간은 사법부의 권력예속화가 심화한 시기로 평가받는다.
올 1월 재심에서 32년 만에 무죄가 선고된 인혁당 사건 피고인들에게 대법원이 사형을 확정한 것도 이 시절이다.
73년 대법원장 신년사에서 “나라의 통일과 번영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정치권력의 구조가 가장 집중적,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유신헌법의 본질인 이상 사법권의 존재양식 또한 이에 발맞춰야 함은 당연한 귀결이다”고 말한 것은 사법부의 ‘암흑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로 곧잘 인용된다.
유족은 장남 경성씨 등 2남 2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은 16일 오전, 장지는 대전 국립현충원이다. (02)2072-2020
김영화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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