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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강남 엄마 때려잡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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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강남 엄마 때려잡기'라고?

입력
2007.07.14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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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엄마 때려잡기' 의도가 보인다고? 드라마로 그게 가능이나 한 일인가. 노무현 대통령과 그의 추종자들이 연일 날을 시퍼렇게 세워 힘껏 휘둘러도 끄떡 안 하는데. 아니 그 칼잡이들의 아들의 엄마들 중에 '강남 엄마'가 많은데.

그런데 왜 강남 엄마를 때려잡아야 하지? 돈이 많아서?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아파트 값 올리고, 다른 데 사는 엄마들 우습게 본다고?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 의 윤수미(임성민)처럼 명품에 외제차 타고, 좋은 학원과 과외선생 골라 자식 공부시켜 특목고와 일류 대학에 보내려 한다고? 그것을 위해 요즘 한 신문이 총대 메고 나선 '고교간 학력차, 쉽게 말해 특목고나 강남 학교 학생은 특별 대우하든지 수능으로만 결판을 내든지 하자'는 주장의 열렬한 지지자들이어서?

그것도 아니면 자신은 도저히 현민주(하희라)처럼 식당 일에, 대리운전까지 하며, '미친년' 소리 들어가며 아이를 위해 강남으로 이사 갈 자신이 없어서?

참 '때려잡기'도 안 되고, 그렇다고 '따라가기'도 애초 글러 먹었고, 그냥 두고 보자니 내 자식 좋은 대학 가기는 점점 힘들어질 것 같고. 드라마에서 말한 것처럼 30억원은 고사하고 3,000만원도 없는 년이니 자식 외국에 유학 보내는 건 엄두도 못 내고.

이참에 드라마에서라도 어디 한번 시원하게 과장도 좋으니 강남 엄마들 추악한 꼴 좀 있는 대로 까발리고, 욕 좀 실컷 해주라. 그러다 보면 여론을 등에 업고 '때려잡기'는 못해도 강남 엄마 손발 정도를 묶을 정책이 나오겠지.

우리나라 사람들 '배고픈 것 참아도, 배아픈 건 못 참는' 민족 아닌가. 그래서 "중국이 사회주의 하는 것하고 한국이 자본주의 하는 것이 불가사의다"는 말도 있고, 북한이 저렇게 세계 최장수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김정일의 지도력이 아니라, 다분히 그런 민족성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지 않은가.

더구나 돈 다음으로 관심 대상이 교육이니 당연히 그것도 평등해야지. 기회는 물론 결과까지. 완벽한 고교평준화가 좋은데, 왜 특목고 같은 것을 만들어 가지고 강남 엄마들 좋은 일만 시키는지.

이런 잡다한 생각을 하며 <강남 엄마 따라잡기> 를 본다. 재미도 있다. 심각한 주제를 코믹과 풍자와 과장으로 변주하는 솜씨가 만만찮다.

그 뿐이 아니다. 미친년 시리즈, 오리시리즈에 중간중간 '아빠는 경제력, 엄마는 정보력이 아이를 일류대에 보낸다' 같은 촌철살인의 현실파악의 대사들도 무릎을 치게 만든다. 내신반영비율로 대학과 정부가 갈등을 빚고 있는 판이니 타이밍도 기막히게 잘 잡았구나.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생각하겠지. 어, 그런데 그게 아니다. 어떤 사람은 "강남 엄마를 너무 비하, 왜곡했다"며, 또 어떤 엄마는 "위화감에 좌절감만 느껴져서", 또 어떤 사람은 "교육현장을 너무 부정적, 희화적으로 그려" 불쾌하단다. 참 그렇구나.

교육에 관한 한 우리나라 국민은 모두 전문가이지. 그리고 하나같이 자기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지. 이걸 깜빡 잊고 낄낄대며 이 드라마를 보고 있었구나.

그렇다면 결말은 어떻게 가야 하나. 궁금해 작가 김현희에게 슬쩍 물어보았다. "판타지와 현실 반반. 각자 자신의 상황과 생각대로 간다"고만 말해준다. 다행이다.

강남 엄마 왕창 때려잡거나, 입시보다 인성교육이 중요하다는 망발이 아니어서. 별난 사채업자의 활극을 그리다 어이없는 결말(죽음)로 사기를 친 <쩐의 전쟁> 보다 훨씬 낫다.

그런데 걱정이다. "내신 필요 없어. 앞으로는 수능성적이야" 라며 빚을 지든 말든 강남으로 이사 가자는 아내의 성화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더 거세지고 있으니. 김현희 작가님, 어떡하죠.

이대현 엔터테인먼트팀장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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