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콜금리 운용목표를 11개월 만에 0.25%포인트 올린 것은 우리 경제의 현실을 반영하면서 시장의 예상과 기대를 벗어나지 않은 결정으로 평가된다.
"실물동향과 전망, 높은 통화증가율, 주식시장 활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콜금리를 올리는 것이 경제 전체로 봐서 바람직하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갖는다는 얘기다. 이날 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환율도 크게 동요하지 않은 것을 보면 시장은 이미 충격을 흡수할 태세를 갖춘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회복세 저해와 환율하락 압박 가중, 가계신용 위험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콜금리를 인상한 배경은 거침없이 팽창하는 시중 유동성이다.
예금 채권 등 현금으로 교환 가능한 금융상품의 총량을 뜻하는 '광의의 유동성'은 9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이며 6월말 현재 1년 만에 200조원 이상 늘어난 1,900조원에 이르렀다.
지난해 말 지급준비율 인상과 총액대출한도 축소 등의 우회적 조치도 있었으나, 기업과 가계 등 자금수요 주체들이 금리수준에 별로 부담을 느끼지 않아 효과는 미미했다.
그나마 과잉 유동성이 생산부문으로 흘러가는 통로가 작동하면 다행이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했고 기업들마저 여유자금을 설비투자보다 재테크로 돌리는 경향을 드러냈다.
그 결과 주가가 이상 급등하는 등 자산시장의 거품이 심각하게 우려되고, 물가상승 압력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경기와 가계부채 영향 때문에 시장의 눈치를 봐왔던 금통위로선 최근 주요국이 일제히 금리인상 대열에 동참한 것도 부담이 됐던 것 같다.
하지만 금리 인상의 적정성 여부를 떠나, 한은은 제때 적절한 통화정책을 펴지 못하고 사후약방문식으로 대처해 오늘의 상황을 초래한 책임을 면하기 힘든다.
시중 유동성 규모와 경제주체들의 심리로 볼 때, 이번 조치의 한계가 명확해 연내 1~2차례의 추가 금리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은 여기서 나온다. 중앙은행이 경제 전체를 살피는 폭 넓은 안목을 갖고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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