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전국의 관공서 화장실 곳곳에서 난데없이 1만엔짜리 지폐가 무더기로 뿌려졌다. 지난해 9월 처음 발견된 이후 총액이 400여만엔에 달해 도대체 누가 왜 이런 일을 하는 지에 대한 궁금증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의문의 1만엔짜리 지폐는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오키나와(沖繩)에 이르기까지 전국 18개 도도부현의 45개 관공서 화장실에서 발견됐다. 지폐는 ‘보은(報恩), 한 사람당 한 개씩’이라고 쓰여진 봉투에 담겨졌으며, ‘동봉한 유산금(遺産金) 1만엔을 수업(修業)의 양식으로 써주세요’라는 편지가 첨부됐다.
일본 경찰은 봉투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밝히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까지 나타난 것은 봉투와 편지의 필적 및 문체가 거의 같다는 것, 편지를 한 장 한 장 직접 썼다는 것, 봉투가 뿌려진 장소는 현이나 시청사의 남자화장실이라는 것 등이다. 여기서 봉투 주인은 남자이며, 혼자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돈을 뿌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한 추리소설 작가는 주인공이 “공무원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특별히 유산을 남겨줄 상대도 없고 해서 최근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공무원에게 힘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 몸을 숨긴 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려는 돈 많고 고령의 ‘자기 과시형 인물’이라는 시각도 있다. 신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감시카메라가 덜 설치된 관공서의 화장실을 배포 장소로 택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경마나 복권에서 대박을 터뜨린 사람이 사회에 대한 개인적 불만을 표시하기 위해 저지른 소동이라는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돈봉투 소동은 1964년 주택가 우편함에 1,000엔짜리 지폐다발을 뿌렸던 ‘이상한 산타크로스 사건’이후 처음이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