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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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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교황

입력
2007.07.14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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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분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참 실망스럽다. 로마 가톨릭 교황 베네딕토 16세 이야기다. 가톨릭을 제외한 여타 기독교 교회들이 교황이 모든 교회의 최고 대표자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있고, 따라서 그런 교회들은 교회다운 교회가 아니라는 얘기였다.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교황이 예수나 기독교도들이 믿는 신이 특이하게 임명한 자리가 아님은 누구보다도 정통한 신학자인 베네딕토 16세가 잘 알 것이다. 무릇 종교란 처음에 특정한 가르침을 주장하는 이가 나서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유대교에서 기독교가 나올 때 예수라는 이가 깃발을 들었고, 유가의 전통이 오래지만 그것을 하나로 묶어 주창한 이가 공자였고, 또 다시 힌두교의 전통 속에서 붓다는 불교의 교리를 설파했다. 그에 이어 벌어지는 양상은 비슷하다. 이른바 승단 내지는 승가가 나오는 것이다.

개조가 와장창 큰 소리를 내면 그 소리를 해석하고 널리 알리고 하는 인간들의 조직이 나오기 마련이다. 그것을 영어로 하면 hierarchy(위계가 있는 조직)요, 우리 말로 하면 승가다. 불가의 승가가 기독교로 말하면 교회인 것이다.

■주의할 것은 승가나 교단은 인간이 만든 것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교황 우위권을 주장할 때 열두 사도 가운데 베드로 사도가 대표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성경 가르침과 맞지 않는 얘기다.

예수나 신은 열두 사도 가운데 누가 '왕초'라는 이야기를 한 바 없다. 다 자기 역할에 맞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라는 사명을 주었을 뿐이다. 그것이 인간이 겸손하게 할 일이다. 교황직 같은 것은 인간이 제도와 조직을 운영하다 보니 생긴 권위이다. 그 권위는 중요하고 존중해야 하지만 성경이나 종교 원론에 토대한 권위는 아니다.

■중세 때 오만 사고 치고 말 안 되는 행태를 보인 교황들을 들이대며, 교황이 무엇이 대단하다고 그러느냐라고 하는 것이 후대의 경험을 가지고 원론을 부인하는 논리인 것이나 마찬가지로, 베드로의 권위를 가지고 로마 총주교가 다른 지역 주교보다 처음부터 우위에 있었다고 하는 것도 난센스다.

우리 시대에 교황은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의 식견과 그의 권위와 그의 인간적 탁월함을 세상이 다 아는 처지에 이런 이야기는 분란을 부를 뿐이다. 교황은 가톨릭 신자들만의 지도자가 아니라 인류의 지도자다. 그런 분이 종파주의를 새삼 설파하는 것은 그분답지 않다고 본다.

이광일 논설위원 ki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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