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31ㆍ요미우리)이 지난해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은 뒤 처음으로 2군으로 떨어졌다.
요미우리의 하라 다쓰노리 감독은 11일 한신과의 도쿄돔 홈경기 패배로 5연패에 빠진 직후 이승엽을 포함해 5명을 1군 엔트리에서 제외시켰다. 센트럴리그 2위 주니치에 1경기 차이로 추격을 당하는 위기 상황에서 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이승엽은 지난 10일 한신과의 경기에서 14경기 만에 4번 타자로 복귀했지만 2경기서 9타수 무안타에 그치는 부진을 보였다. 이승엽의 올시즌 성적은 79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2할5푼4리(311타수 79안타)에 15홈런, 42타점. 지난해 이때쯤 타율 3할2푼2리에 홈런 28개로 센트럴리그 홈런선두를 내달리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엄청난 부진이다.
이승엽이 지바 롯데 시절인 2005년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된 이후 처음으로 2군으로 내려간 것에 일본 언론과 팬들도 상당히 놀라는 분위기다. 일본 스포츠신문 가운데 일부는 이승엽의 2군행을 전혀 눈치채지 못해 뒤늦게 보도할 만큼 짧은 시간 내에 이루어진 ‘깜짝 결정’이었다.
하라 감독은 그동안 팀이 줄곧 상승세를 타고 있어 4번 타자의 장기간 부진에 대해 인내심을 보였지만, 시즌 처음으로 팀이 선두를 빼앗길 위기를 맞자 마지막 카드를 빼든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 구단 출입기자들은 이승엽의 느슨한 플레이를 2군행의 원인으로 꼽았다.
<스포츠닛폰> 은 12일 이승엽의 2군행을 보도하면서 “수비를 태만하게 했고, 1루로 전력질주하지 않는 등 플레이에 패기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산케이스포츠> 는 “4번타자에 걸맞지 않은 이승엽의 타격 부진이 2군행을 불렀다”고 전했다. 하지만 요미우리 계열인 <스포츠호치> 는 이승엽의 2군행을 타격부진과 함께 5연패에 빠진 팀에 대한 ‘충격요법’으로 분석했다. 스포츠호치> 산케이스포츠> 스포츠닛폰>
그러나 무엇보다 이승엽의 몸 상태가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은 지난해 말 왼 무릎 수술을 한 데 이어 올시즌 개막전에서 롯데 시절에 아팠던 왼 어깨 통증이 재발해 컨디션 관리에 애를 먹었다.
게다가 왼손 엄지 손가락 안쪽의 타박상으로 인한 울림 증상이 여전히 남아 있어 정상적인 스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어깨의 상태도 날씨에 따라 들쭉날쭉해 무리해서 스윙을 하기 힘든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겨울훈련 부족으로 하체 근육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게 올시즌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다. 지금이라도 후반기에 대비해 하체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하라 감독은 올스타 멤버에 뽑히지 않은 이승엽에게 후반기 개막전인 오는 24일까지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를 주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구단 주변의 또다른 분석이다.
실제로 이승엽은 사흘 정도 2군 훈련에 합류하지 않고 구단 지정인 도쿄 게이오대 병원에서 부상 부위를 체크하는 등 몸 추스르기에 전념할 계획이다. 이승엽은 2군행 통보를 받은 뒤 외부인의 전화를 일절 받지 않고 있어 스스로도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과 달리 요미우리 홈페이지는 이승엽이 왼손 엄지손가락 통증 탓에 2군행을 자청했다고 소개한 뒤 “2군행을 하라 감독님이 허락해주셨다. 중요한 순간 팀을 떠나게 돼 죄송하지만 복귀 후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이승엽의 말을 실었다.
도쿄=양정석 객원기자(일본야구 전문) jsyang0615@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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