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 취소를 둘러싼 강ㆍ온파의 대립으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캠프가 내홍을 겪고 있다. 11일 고소 당사자인 이 전 시장의 처남 김재정씨에게 고소 취소를 권유키로 캠프의 입장이 정해지면서 강ㆍ온파 대립이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김씨가 취소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강경파의 목소리가 다시 커진 형국이다.
캠프의 공식 입장은 김씨가 고소를 취소하도록 계속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1일까지만 해도 ‘고소 취소 불가’ 입장이었던 정두언 박형준 의원은 12일 “캠프의 입장이 정해진 만큼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캠프 소속 초ㆍ재선 의원과 실무그룹을 중심으로 “끝까지 가 보자”는 강경론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김씨가 고소를 취소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잘 됐다”며 “이대로 고소를 취소할 경우 박근혜 전 대표 캠프에서 관련 의혹을 다시 들고 나올 것이 뻔한 만큼 차제에 검찰 수사를 통해서라도 의혹을 말끔히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반응 이면에는 그 동안 온건론을 주도해 온 박희태 선대위원장과 이상득 국회 부의장에 대한 캠프 내 불만이 오버랩 돼 있다. 앞서 4ㆍ25 재보선 참패 이후 발생한 강재섭 대표 체제 유지 논란, 박 전 대표 측과의 경선 룰 공방에서 강ㆍ온파가 맞섰으나 두 차례 모두 박 위원장을 위시한 온건파의 뜻이 관철됐다.
13일 예정된 김씨의 검찰 출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캠프 주변에선 “건강이 좋지 않은 김씨가 검찰 출두 직전에 고소를 취소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김씨가 출두해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 고소 취소는 당분간 물 건너 가게 된다. 한 강경파 의원은 “김씨가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고소를 취소하면 ‘검찰 조사가 예상보다 강도가 높으니까 꼬리를 내리는 것 아니냐’고 박 전 대표측이 역공을 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고소를 취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김씨 측 김용철 변호사는 이날 밤 기자와의 통화에서 “출두 방침에 변함이 없다”며 “지금 고소를 취소하면 더욱 우스운 모양새가 될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해결의 열쇠는 이 전 시장이 쥐고 있다. 이 전 시장이 직접 나서 설득하지 않는 한 김씨가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이 전 시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저쪽(김씨 측)에서 저렇게 나오는 것 봐서는 뭔가 있지 않겠느냐. 사업하는 사람을 다 뒤지고 기자들이 매일 따라다니니, 애도 아니고 나이가 60이 다 된 사람인데 얼마나 억울하겠느냐”면서도 “당에서는 (검찰이 아니라) 검증위에 다 맡기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난처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 전 시장은 “김씨와 아직 접촉을 안 했다”며 “고소 취소 문제는 당과 캠프와 더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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