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10년 권세'가 막을 내리는 것일까.
1998년 이후 9년 넘게 노조가 일방적 우위를 차지해온 현대차 노사관계의 세력균형에 미묘한 변화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임금ㆍ단체협상에서 회사측이 이례적으로 정면 대응을 선언한 반면, 노동조합 내부에서는 생존권적 차원의 '노ㆍ노(勞ㆍ勞)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현대차의 국내 공장을 대체할 수 있는 해외생산 거점이 유럽과 인도 등지에서 본격 가동되면서 각 공장 노조원 사이에 일감 확보를 위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대표사례는 울산 1공장과 아산공장의 갈등이다. 울산 1공장 근로자들은 "기존 생산 물량의 상당수가 '인도 2공장'으로 이관되면서 잔업과 특근이 급감하고 평균 월급도 크게 줄어들었다"며 아산공장의 'NF 쏘나타' 라인을 울산공장으로 옮겨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아산공장 근로자들은 일감 감소와 그에 따른 급여 감소를 우려, 라인의 울산공장 이전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현대차 울산 2공장과 5공장도 에쿠스 후속모델 생산을 둘러싸고 다소 껄끄러운 관계다. 2공장 근로자들은 그랜저와 에쿠스 중간의 신형 차량인 BH를 5공장에서 생산하는 대신, 에쿠스 후속모델(VI카)은 2공장에 배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시험 양산에 들어간 타우 엔진을 탑재한 VI카를 2008년 6월부터 본격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회사측이 지난달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여직원을 본인 동의 없이 새로운 직무로 배치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노조 내부에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 노조내부의 한 분파인 자주노동자회는 12일 내놓은 성명서에서 "노조 지도부가 여직원의 일방적 배치전환을 허용한 합의서를 회사측에 써준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반 조합원들도 노조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본의 동의 없이 이뤄지는 여직원에 대한 배치전환은 구조조정의 서곡"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업계는 글로벌 생산체제 구축과 조합원들의 의식 변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들어 해외 생산능력이 200만대를 넘어서면서 회사측의 협상력이 그만큼 높아졌으며 일반 노조원의 성향도 강경 투쟁보다는 일자리와 고용보장 등 실리를 중시하는 경제적 조합주의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며 "자연스럽과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