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총장이나 교수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신임 회장에 평교사인 이원희(55) 서울 잠실고 교사가 당선됐다. 올해로 창립 60주년인 교총 사상 첫 교사 출신 회장이다.
이 신임 회장은 12일 회원 직선으로 우편 투표 방식을 통해 실시된 선거에서 함께 출사표를 던졌던 서정화 홍익대 교수와 홍태식 명지전문대 교수를 제치고 당선됐다.
이 신임 회장은 전체 회원의 87.4%인 15만7,245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46.7%의 표를 얻어 서 교수(37.9%)와 홍 교수(15.4%)를 여유있게 따돌렸다.
서울대 사대 국어교육과 71학번인 이 신임 회장은 이른바 ‘스타 교사’다. 특유의 명쾌하고 조리있는 말솜씨를 무기로 1984년부터 23년째 교육방송(EBS) 강의를 맡고 있다.
언어와 논술 등 ‘주전공’ 분야는 물론이고 입시가이드 역할도 하면서 고교생들에게는 연예인 못지 않게 친숙한 선생님으로 알려져 있다. 교총 관계자는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이 신임 회장의 강의를 접해보지 않은 수험생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경력 이면에는 역경도 적잖았다. 그는 대학 4학년 때인 1974년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10개월 동안 감방 신세를 지기도 했다. 제적됐음은 물론이다.
사대 학생회장이었던 그는 유신 반대 데모에 나섰다가 붙잡혀 구속됐다. 당시 함께 구속됐던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의 인연도 이때 시작됐다. 이 전 총리는 그의 서울대 1년 후배이기도 하다.
80년 복학 후 대학을 졸업한 그의 현장 교육 활동은 친구들보다 6년 가량 늦은 나이에 서울사대부중 교사로 부임하면서 본격화 했다.
학교 수업에 올인 하는 틈틈이 대통령 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자문위원과 고교-대학 입학협의체 공동위원장, 교육부 논술심의위원회 부위원장 등 주요 외부 직책을 맡아 교육정책 입안에 목소리를 냈다.
그가 교총 활동에 깊숙이 관여하게 된 계기를 만들어 준 장본인은 아이러니하게도 한때 ‘동지’였던 이 전 총리다. 이 전 총리가 교육부 장관 재임 때인 1998년 교원 정년 단축을 결정하자 이 신임 회장은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섰다.
당시 수십 차례 열렸던 교원정년단축 반대 전국교육자총궐기대회를 주도했던 인물이 바로 그였다. 이 전 총리는 결국 낙마했고, 이후 이 신임 회장은 ‘이해찬 저격수’라는 닉네임을 얻게 됐다.
그를 잘 아는 한 교육계 인사는 “이 신임 회장이 이 전 총리와 학생운동을 함께 했다는 사실은 이 전 총리가 교육부 장관에서 물러난 뒤 알게 됐다”고 전했다.
‘교사 출신 교총 회장 1호’라는 기록 만큼이나 그에게 놓인 과제들 또한 만만치 않다. 우선 “교장 교감 중심의 보수 성향 조직”이라는 교육계의 지적을 극복해야 한다. 도마에 오른 교사의 전문성 확보도 현안이다. 그는 “교사가 존중받는 풍토를 만들면 학교 현장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 이원희교총 신임 회장은
- 1952년생, 충북 충주, 서울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졸업
- 서울사대부중, 서울 경복고, 잠실고 교사(현)
-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 전문위원, EBS논술연구소 전문위원, 교총 수석부회장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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