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안정적 거시경제 관리와 기업투자 확대에 초점을 맞춘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제시하며 서민과 영세 자영업자의 유류비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내놓았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름값에 대한 원성이 들끓자 일단 서민층을 대상으로 급한 불을 끄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유류세를 내리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외면한 이번 대책은 실망감을 넘어 좌절감마저 안겨준다. '비싸야 덜 쓴다'는 유치하고 황당한 논리 뒤에 숨어 절로 들어오는 돈의 재미에 취한 정부의 존재이유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부안의 골자는 서민용 연료인 등유에 ℓ당 23원씩 붙는 판매부과금을 폐지하고 ℓ당 134원인 특소세도 낮추는 것이다. 또 유류비 비중이 높은 이삿짐센터와 용달서비스업 등에 대해서는 소득추계 때 적용하는 단순경비율을 높여 세금을 깎아주고 1t 트럭 등 경유사용 화물차에 부과하는 환경개선 부담금도 줄여준다고 한다. 이 경우 유류비 부담이 15만원쯤 낮아진다니 영세 자영업자들로선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문제가 사그라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엄청난 오산이다. 지금 들끓는 여론은 "10년 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공적자금 마련을 위해 한시적으로 대폭 올렸던 유류세를 시장상황에 맞게 조금이라도 낮추라"는 것이다.
그 동안 치른 희생에 대해 보상을 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국제유가 추세와 외국의 예를 살펴 잘못된 유류세 구조를 정상화하거나 탄력적으로 운용하라는 것이다. 이 말이 그토록 알아듣기 힘든가.
정부는 정유사와 주유소만 들볶아댈 뿐, 마이동풍이다. 세금인하 불가를 고수하는 정부의 말이 맞다면 ℓ당 1,600원 하는 기름값을 1,500원으로 내리면 사람들이 갑자기 기름을 펑펑 써대야 한다.
참으로 가당찮은 주장이고, 국책연구기관마저 폐기한 논리다. 매년 25조원 이상 굴러들어오는 '유류세 마약'에 취하니 눈에 보이는 게 없는 모양이다. 국민들은 죽어나도, 자기네 식구를 늘리고 월급도 올릴 수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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