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가톨릭 교회만이 진정한 그리스도의 교회”라며 개신교와 동방정교, 성공회의 신앙을 부정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잇단 문제적 발언으로 포용과 통합정신을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교황의 새로운 언사에 비(非) 가톨릭 종파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종파 갈등의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11일 영국 더 타임스에 따르면 로마 교황청은 10일 발행된 신앙교리성의 성명에서 “로마 가톨릭만이 유일하게 진정한 교회이며, 개신교와 동방정교, 성공회는 진정한 교회에 속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교황의 승인을 받은 16쪽짜리 이 문서는 “동방정교회는 교황직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상처를 받아왔고, 이 상처는 개신교 교파에서 더 심각하다”며 “어떻게 ‘교회’라는 타이틀이 그들에게 귀속될 수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어 문서는 “제2회 바티칸 공의회는 종교개혁과 함께 탄생한 다른 기독교 교파에도 신성과 진리의 많은 요소들이 있다고 인정했다”면서도 “그러나 가톨릭만이 완전히 그리스도의 교회이며, 다른 기독교 신앙은 교회에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요소들을 결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티칸 소식통은 이번 성명이 “2년 전 교황 선거에서 기독교 통합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던 교황의 주장과, 2000년 발표된 성공회와 개신교, 동방정교는 진정한 교회가 아니라는 주장 사이의 혼란을 해소하기 위한 시도”라고 전했다. 바티칸의 고위 교리 관리인 어거스틴 디 노디아 신부는 “가톨릭 교회가 과거로 역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어떤 종류의 대화에서든 참여자들이 자기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분명히 인식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성공회를 비롯한 비가톨릭 지도자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며 “새 문서가 세계교회주의의 중요한 장애물이 됐다”고 비판했다. 영국 성공회의 데이비드 필립스 신부는 “새로운 얘기는 아무것도 없다”면서 “바티칸이 권력에 대한 탐욕 때문에 기독교 신앙을 갈갈이 찢어놓았다는 것만이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진정한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교황이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이며 교회의 가장 월등한 세속 지도자라는 우스꽝스러운 개념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것이냐”며 “기독교인들을 분열시키기 위해서 뿐 아니라 그들을 박해하고 처형하기 위해서도 사용된 이런 주장들은 성서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우리는 바티칸이 다시 한 번 영국 교회가 진정한 교회가 아니라는 그들의 시각을 정직하게 공표해준 것에 감사한다”면서 “그들과 똑같이 개방적으로 말하건대 통합은 오직 교황이 그의 잘못들과 요구들을 공식 폐기할 때만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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