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은 이 전 시장 처남 김재정씨의 명예훼손 고소는 캠프측과는 무관한 김씨와 다스의 독자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내 고수했다.
고소 취소를 둘러싼 이 전 시장 캠프와 김씨의 혼선은 여기서 비롯됐다는 게 이 전 시장측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김씨 대리인인 김용철 변호사가 4일 고소장을 제출한 이후 이 전 시장측은 “캠프도 고소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을 계속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고소 취소를 강력 요구한 9일 이 전 시장측 이재오 최고위원은 “캠프에서 고소 한 것이 아니다. 김씨가 억울하니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고소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캠프 관계자들도 “실제 김씨측을 캠프 의지대로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다”고 입을 모아 강조했다.
김씨가 캠프의 고소 취소 권유를 거절한 11일에도 이 전 시장측은 마찬가지 논리를 폈다. 캠프측은 이날 “김씨에게 고소 취소를 강력히 설득했지만 김씨측이 명예회복에 대한 의지가 워낙 강하다”(박형준 대변인)고 전했다.
“계속 노력을 기울여 보겠지만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말도 뒤따랐다. 설득은 하겠지만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김씨측 입장도 변했다. 9일 고소 취소 얘기가 나왔을 때 김씨 대리인인 김용철 변호사는 “당과 캠프의 입장이 확고하다면 한 발 물러설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캠프측이 취소를 권유하자 거부했다.
그러나 ‘고소와 취소는 모두 김씨의 독자 판단’이라는 이 전 시장측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대선 과정에서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검찰 고소를 전혀 협의 없이 김씨 단독으로 했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 전 시장측이 ‘이중플레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대두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소 취소를 두고 캠프 내에서 찬반 양론이 워낙 팽팽했던 것도 혼선의 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이날 고소 취소 권유 결정을 내린 뒤에도 반대론자들은 여전히 큰 불만을 표출했다. 진통 끝에 결론이 났지만, 캠프 내 찬반론과 김씨측 입장이 얽히고 설키면서 혼선을 야기했을 수 있다.
캠프의 위기관리 능력 부재도 지적할 수 있다. 김씨의 입장이 완강하다 치더라도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사전조율도 제대로 하지 않고 캠프 측 결정을 발표해 버리고, 김씨는 그것과 반대쪽으로 가는 상황을 만든 것은 유력 대선주자 진영의 위기관리 능력에 회의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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