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부상열차를 만드는 ㈜로템의 고문인 피터 요르겐 게대 박사는 한국의 사위이다. 독일에 공부하러 온 이효정씨와 1994년에 혼인했다.
이씨가 2000년에 독일 교민들의 정체성 확립을 돕고 한국문화를 알리기 위해 클럽코리아나라는 단체를 만들 때, 2001년부터 2년간 뮌헨 한인회장을 맡았을 때 뒷심이 되어준 것은 남편이었다. 클럽코리아나는 2000년에 뮌헨에서 ‘한국의 밤’을 열어 한국 문화를 독일에 알리는 데 앞장섰다.
● 국제결혼에 부정적인 한국사회
미국 콜롬비아 대학 역사학과 교수이며 국무부 고문인 찰스 암스트롱씨는 한국의 아들이다. 어머니 김예자(미국명 리아 암스트롱)씨는 64년 미국인과 결혼하며 미국에 갔다.
그는 94년에 가정으로 찾아가 노인을 돌보는 복지서비스회사 암스트롱인홈케어를 창설했다.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일을 기업화한 아이디어는 주효해서 현재는 이 분야에서 가장 큰 회사가 됐다.
그는 투자회사 암스트롱인베스트먼트컴패니를 만들어 그 수익금으로 저소득층 노인을 위한 임대주택을 짓고 빈민복지사업을 한다. 아이를 홀로 키우는 엄마나 아빠들이 대학에 가도록 꾸준히 장학금도 주어왔다. 미국은 한국인 며느리 덕분에 미국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해주는 엄청난 자산을 얻은 셈이다.
국제결혼이 늘어나면서 사위와 며느리로 한국과 인연을 맺는 사람이 많아졌다. 우리나라도 벌써 작년 혼인의 14%가 국제결혼. 농촌에서는 3분의 1이 국제결혼을 한다.
그런데도 국제결혼을 보는 시각은 여전히 자연스럽지 않다. 외국인과 결혼한 한국여성에 대해서 좋지 않게 보는 시각이 여전하고 혼혈인들은 알게 모르게 차별을 받는다.
그래서 국제결혼여성들이 모여 2006년에 만든 것이 세계국제결혼여성총연합회이다. 김씨가 회장으로 미국 프랑스 영국 호주 독일 이탈리아 필리핀 대만에 지부가 있다.
“외국인과 결혼한 한국여성은 그 나라 사정에 정통해서 한국을 알리고 현지와 교류를 할 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남편들도 한국을 도와줄 국제화시대의 큰 자산인데 이를 버려두고 있어서 모임을 만들었다”고 김씨는 말한다.
17일부터 이 단체 주최로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리는 제 3회 세계국제결혼여성대회에서는 한국의 사위이자 호주 국회의장을 지낸 피터 루이스씨도 참석해 주제강연을 맡는다.
올해 대회부터는 이 단체가 한국의 며느리들에게 손을 내밀기로 해서 더욱 뜻깊다. 국제결혼을 삐딱하게 보는 것은 비슷하지만 그 안에도 차별이 있다.
선진국 남성과 결혼한 한국여성이나 그 남편, 하인즈 워드처럼 성공한 자녀를 둔 어머니에 대해서는 관대한 반면 가난한 나라에서 온 한국인 며느리들에 대해서는 낮추보는 시각이 더 많다.
그래서 남편이나 시댁의 학대에 시달리는 일도 더 잦다. 선진국에 나가 살면서 비슷한 설움을 겪은 국제결혼여성들이 이제 이들의 어려움을 보듬어 주겠다는 뜻이다.
이 모임은 국제결혼한 회원들을 통해 그 나라에서 한국문화를 알리는 일도 더 열심히 할 생각이지만 한국에 온 며느리들을 통해 한국사회가 그 나라의 문화를 익히는 노력도 해주길 바라고 있다.
김씨는 “충돌은 문화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며 며느리들의 문화를 배우면서 우리나라의 문화도 더 풍성해지고 한국사회는 다문화 시대에 더욱 앞서 나갈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했다.
● 13년 후면 국민의 20%가 혼혈인
현재 추세대로라면 2020년이면 한국인 다섯 중 하나는 혼혈인이 된다. 그 때 한국의 힘은 사위와 며느리들로 이어진 다른 나라의 문화를 얼마나 한국문화 속에 잘 융합하여 우리의 자산으로 만드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외국에 한국문화를 알리고 싶은 만큼 외국문화에 대해 널린 마음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이 김씨의 문화를 받아들여서 사회복지의 새 차원을 열고 동북아전문가인 아들 찰스씨를 얻은 것처럼 한국도 외국인 사위와 며느리들에게 너그러워질수록 더 많은 자산을 얻을 수 있다.
서화숙 칼럼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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