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예문화진흥원(이사장 오원택)이 19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기로 했던 ‘2007 유엔남북공예대전’이 무산돼 국제망신을 사고 있다.
진흥원은 북한측이 지난달 중순 불참을 통보했는데도 쉬쉬하다 개막 20여일 전인 지난달 말에야 한국 단독 개최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남북 공동 개최’를 이유로 문화관광부가 지원한 예산 8억원 중 일부를 날리게 됐다. 진흥원은 문화부가 재원을 일부 출연하고 예산을 지원하는 재단법인이다.
문화관광부는 10일 “진흥원이 북한 공예품 확보가 어려워 유엔남북공예대전 대신 한국 공예품만으로 전시회를 열겠다는 사업계획 변경안을 유엔측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유엔로비갤러리도 이날 “유엔 한국대표부로부터 행사 내용 변경을 통보 받았다”고 확인했다.
진흥원은 남북 예술인의 화합을 통해 한국 전통 공예문화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린다는 목적으로 지난해부터 유엔남북공예대전을 추진해 왔다. 국내 인간문화재급 공예가 80명과 북한의 1급 예술가 70명 등 150여명이 참여, 총 400점의 남북공예품을 전시한다는 계획이어서 국내는 물론 유엔본부의 주목을 받았다. 진흥원은 직지금속활자판과 도자기 나전칠기 등을 준비했다.
그러나 진흥원이 북한 공예가들의 참가를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이 같은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진흥원 관계자는 “북측 내부사정으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공예가들은 반쪽짜리 전시회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공예가는 “지난해 6월 행사허가를 받아 준비기간이 충분했고, 진흥원이 2년간 국내에서 남북공예대전을 진행해 온 만큼 북측의 참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특히 진흥원은 지난달 초 북측 공식접촉 창구로부터 참가할 수 없다는 최종 통보를 받았는데도, 이 같은 사실을 문화부 등에 제때 알리지 않아 ‘은폐 의혹’마저 일고 있다.
진흥원은 북측의 불참 통보 이후인 지난달 말 “7월초 기자간담회를 통해 남북공예대전 관련 브리핑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가 아무런 설명 없이 취소했다. 진흥원은 최근까지도 남북공예대전 개최 여부에 대한 질문에 “말해 줄 의무가 없다”고 버티다가 문화부를 통해 확인하자 마지못해 행사 변경 사실을 인정했다. 문화부는 “행사변경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으며 사업 승인이 날 때까지 예산을 더 이상 인출하지 못하게 조치했다”고 말했다.
국내는 물론 뉴욕의 재미동포 공예가들은 “국제 전시회를 며칠 남겨 놓지 않고 행사 형식을 바꾸겠다는 건 국제 관례를 벗어난 비상식적 행위이자 대한민국의 신뢰를 땅에 떨어뜨리는 것”이라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유엔로비갤러리 관계자도 “행사 변경을 통보 받고 의아하게 생각했다”며 “이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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