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일제강점기에 살 길을 찾아 러시아의 연해주로 간 한국인들이 1937년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한 지 70년이 되는 해다.
하루아침에 살던 데서 쫓겨난 한인들은 열차 화물칸에 짐짝처럼 실려가 황무지에 내팽개쳐졌다. 추위와 기근으로 노인과 어린이의 60%가 도착 직후 사망했을 만큼 끔찍한 재난이었다. ‘카레이스키’로 불리는 중앙아시아의 고려인과 후손은 현재 우즈베키스탄, 타지크스탄, 카자흐스탄 등에 55만 명이나 된다.
고려인의 중앙아시아 이주 70주년을 맞아 우즈베키스탄에서 주목받고 있는 고려인 화가 7명의 작품120여 점을 소개하는 <카레이스키> 전이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분관에서 19일까지 열린다. 카레이스키>
강제 이주 1세대인 고 신순남(1928~2006), 안일(안 블라디미르ㆍ79)과 2, 3 세대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여 고려인 동포들의 지난 세월과 현재를 보여준다. 고려인 방송 프로듀서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상과, 한인 이민의 역사를 담은 50여 점의 사진을 함께 전시해 고려인의 삶과 예술을 조명한다.
강제이주 1세대인 신순남과 안일의 그림은 강제이주의 고통과 아픔이 선연하다. 길이 22m나 되는 신순남의 대작 <승리> (2004)는 유민의 시련을 이겨내고 새로운 고향을 건설한 고려인들의 영광을 밝은 원색으로 표현하고 있다. 안일의 그림 <고려인의 하늘> 도 강제이주 행렬이 보이는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린 채 절규하는 남자의 모습으로 고려인의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고려인의> 승리>
반면 김 블라디미르, 신 이스크라 등 2, 3세대 작가들은 밝고 화사한 색채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작품을 주로 그린다. 비록 부모 세대로부터 아프고 슬픈 역사를 물려받았지만, 자신이 나고 자란 땅에 바치는 사랑을 낙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02)723-0455
오미환 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