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사무총장이 왜 안 된다는 말만 하나. (범 여권과)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한나라당 A의원) “보고서에 재외국민 선거제도의 기술적, 공정성 측면에서 과제가 많다고 하지만 말고 객관적으로 (문제를) 나열하라.”(열린우리당 B의원)
9일 국회 정치관계법특별위원회에 출석한 중앙선관위 조영식 사무총장은 종일 진땀을 빼야 했다.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에 따라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을 주는 문제에 대해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나라당과 범 여권 의원들의 요구가 전혀 달랐다는 점. 한나라당은 “12월 대선부터 투표권을 줘야 한다”며 조 사무총장을 다그쳤고, 범 여권은 “이번에는 못한다고 못을 박으라”고 압박했다. 재외국민의 투표가 대선에 유리할지 여부에 따라 입장이 갈린 것이다. 조 사무총장은 “(그러길래 싸우지 말고) 6월 임시국회에서 법을 통과시키면 (이번 대선에서 투표권 부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뿐만 아니다. 한나라당은 다른 당 후보에 대한 비방 흑색선전 금지와 투표지 분류기 조작 가능성을 주로 제기했다. 반면 범 여권은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국민경선) 도입을 위한 경선규칙 개정을 거론했다. 각자 절실한 사항만 챙기겠다는 얘기다.
정치특위에는 138개의 선거 관련 법안이 올라와 있다. 하지만 첫 회의부터 양측은 당리당략에 충실하겠다는 의도를 여실히 드러냈다. 정치발전이나 객관적 정당성 보다는 눈 앞의 유ㆍ불리를 우선해 법 개정에 임하겠다는 태도다.
이런 식이라면 중요한 선거제도가 싸움과 뒷거래의 와중에 왜곡돼 두고두고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 선거는 정치인들만이 아닌 온 국민의 잔치다. 그들의 법안 심의를 눈을 부릅뜨고 감독해야 할 이유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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