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이 이 전 시장 처남 김재정씨의 명예훼손 고소건 취하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9일 모조리 나서 고소취하를 요구했지만, 여러 이유로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캠프 내에선 “고소 취하가 바람직하다”는 의견과 반대 의견이 교차하고 있다.
이 전 시장측은 당 지도부의 취하 요구에 대해 “검찰 개입을 막아야 한다는 당 지도부의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나, 고소 취하 여부 결정은 당사자인 김씨가 할 문제”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캠프 좌장격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고소는 캠프가 한 것이 아니라 김씨와 다스측이 명예 훼손에 대해 억울함을 밝혀달라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형준 대변인도 “고소 당사자가 아닌 캠프가 고소 취하를 결정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선 군색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김씨가 캠프와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중대한 문제인 고소를 결정했다고 보는 이는 거의 없다. 캠프측은 “실제 우리가 김씨를 마음대로 통제하고 설득할 수 없다”고 항변하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캠프 측이 고소 취하를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현 상황에서 고소 취하를 한다면 ‘뭔가 의혹이 있기 때문에 꼬리를 내리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 캠프 내 소장파 의원들과 법률지원단은 이런 이유를 들어 취하에 반대하고 있다. 또 고소를 취하 한다고 검찰이 수사를 중단할 지가 분명치 않다는 대목도 걸림돌이다. 정두언 기획본부장은 “아직은 취하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캠프 지도부급 인사들 사이에선 고소 취하쪽 기류가 강하다. 박희태 선대위원장은 “김씨의 고소는 우리 캠프 입장에 반하는 것”이라며 고소 취하를 김씨에게 권고할 수는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재오 최고위원도 “당 지도부의 말씀이 기본적으로 옳다”며 “당의 분위기를 고소한 측에 전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정씨의 법정대리인인 김용철 변호사도 이날 전화통화에서 “입장이 바뀐 게 없다”면서도 “당과 캠프의 입장이 확고하다면 한발 물러설 용의는 있다”고 캠프 요청 시 취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캠프측으로서는 2002년 대선 당시 ‘병풍’ 사건처럼 검찰 수사가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당 지도부의 판단과 취하압력을 무시하기 어렵다. 아울러 검찰 수사가 지속될 경우 이 전 시장측이 내내 시달릴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추이를 지켜보며 명분을 쌓은 뒤 적절한 시점에 취하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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