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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부 칼럼] 범여권에 오류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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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부 칼럼] 범여권에 오류는 없는가

입력
2007.07.10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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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이 본격적으로 정치적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대선후보 검증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굳건한 보수 한나라당에 맞서, 범여권이 진보정치권의 통합을 서두르는 것이다. 그러나 통합에 대한 기대와는 별도로, 짚고 싶은 문제들이 있다. 거푸집 짓기처럼 성급한 데서 오는 오류는 없는가 하는 점이다. 논리학을 예로 들어 본다.

새로 음식점을 차린 사장이 유명한 큰 식당에서 요리사 한 명을 스카우트했다. 사장은 요리사가 전에 근무하던 식당의 것처럼 맛 있는 음식을 만들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요리사는 "전에 있던 식당에서 파만 썰었다"고 털어 놓았다. '분할의 오류'로 자주 인용되는 낭패다.

● 손학규씨 후보되면 해명 있어야

반대로 '결합의 오류'라는 것도 있다. 파랑 노랑 빨강은 예쁜 원색들이다. 세 가지 색을 합치면 더 예쁠 것 같지만, 기대와 달리 흑색이 된다.

아름답게 노래하는 새들도 있다. 하나하나의 울음소리는 아름답지만 한꺼번에 울면, 시끄러운 불협화음이 된다. 형식을 내세울 때의 위험을 말해 주는 논리들이다. 혹 범여권 통합에는 '분할'과 '결합'의 두 가지 오류와 결함이 다 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 주 김근태씨 등이 주선하여 '대선예비주자 6인 연석회의'가 열렸다. 회의에는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한명숙 김혁규 천정배씨가 참석했다.

이들은 국민경선과 대통합 신당에 참여하고, 국민경선추진협의회가 국민경선 준비를 한다는 데 합의했다. 여섯 명이 독자 노선을 걷지 않고, 하나의 정당 안에서 한 명의 후보를 선출하기로 합의했다는 의미다. 9월 경선에 들어가 10월 중순쯤 대선후보가 결정될 예정이다.

지금의 여론조사를 보면 이들에 대한 지지도는 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씨에 비견할 수도 없다. 그러나 그들의 정치적 행적은 결코 간단치 않다. 미국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처음엔 '일곱 난쟁이'의 한 명이었다.

90%에 가까운 지지를 누렸던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에 비하면, 클린턴을 포함한 일곱 민주당 후보들은 정치적 난쟁이에 불과해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클린턴은 재선까지 성공했고 현재 부인 힐러리도 백악관 복귀를 꿈꾸고 있다.

범여권으로 뭉뚱그려진 대선 주자 중에는 배신과 기회주의로 얼룩진 인물들이 들어 있다. 지지도에서 6인 중 수위를 달리는 손학규씨부터 그러하다. 그는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운동권이었다가, 민주화 요구를 막는 보수적 한나라당으로 돌아섰고, 다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경쟁에서 이명박 박근혜씨에게 밀리자 탈당한 후 범여권으로 왔다.

그가 대선 후보자로 선정된다면 자신의 지난 행적에 대해 분명한 해명이나 준열한 반성이 따라야 할 것이다. 또한 그 경우 범여권이 새로 만든 당에서도 유권자를 납득시킬 설명이 있어야 한다. 손학규씨가 다시 민주화와 개혁의 선두에 설 것이라든지, 또는 그 당이 한나라당과 유사한 보수 양당제로 갈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정치적 잘못은 기회주의와 같은 궤도 위에 있다. 5년 전에도 대선에서 승산이 없다는 이유로, 대선을 2~3개월 남겨두고 민주당ㆍ자민련 의원들이 무더기로 탈당해서 집권 가능성이 높아 보이던 한나라당으로 옮겼다. 이와 정확히 같지는 않지만, 열린우리당을 이끌다가 탈당한 정동영씨 또한 자신의 잘못과 책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 인물보다 정당 세우기가 먼저

범여권 통합의 산모 역할을 하고 있는 김근태씨는 "민주화 운동경력을 훈장처럼 달고 다닐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지만, 그것을 달고 다니라고 주문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라는 것 뿐이다. 범여권은 목표가 분명한 정당보다는 성향도 다른 인물들을 내세워 장애를 넘으려 하고 있다. 절차가 모호하면 결과가 명료하기도 쉽지 않다. 시간이 걸려도 방향을 갖춘 정당을 확고하게 통합한 후, 경쟁을 통해 참신한 후보를 밀어올리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된다.

박래부 논설위원실장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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