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해 놓고 막상 열심히 수사를 하겠다고 하니 반발하는 게 말이 됩니까.”
한 검찰 간부는 9일 검찰의 수사의지 표명에 대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의 반발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수사 의뢰자인 고소인 입장에서는 검찰이 강한 수사의지를 표명할 경우 이를 반기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 전 시장 부동산 투기 및 차명은닉 의혹 관련 고소고발 사건의 경우 검찰이 수사 착수 방침을 밝히자마자 고소인측이 ‘정치탄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고소를 했으니 철저히 수사해 의혹의 실체를 밝혀주겠다”고 하니 “너무 열심히 하면 곤란하다”고 난색을 표한 격이다.
고소는 국민의 권리지만 책임도 뒤따른다. 무고죄가 존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소 사건 수사는 고소인의 주장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고소인 주장의 진위 여부를 검증하는 것이다. 고소인에 대한 조사가 병행돼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상식에 대한 이상한 반발은 고소인들의 고소 의도가 무엇이었느냐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
고소인들의 반발을 곱게 볼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검찰의 ‘기회비용’이다. 검찰은 이 사건을 맡음으로써 다른 사건을 수사할 수 없게 됐고 수사 비용의 원천인 혈세를 들이게 됐다.
특히 국내 최고의 수사팀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사건이 배당되면서 검찰과 국민의 기회비용은 더욱 커졌다. 이런 상황이라면 적극적인 자료 제출을 통해 피고소인들의 범의(犯意)를 적극적으로 입증하는 게 더 책임 있는 태도일 것이다.
검찰도 오해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왜 하필 이 사건에 대해서만 강도 높은 수사 의지를 밝히는지에 대한 의혹의 시선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때문에 형사부가 수사 중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횡령 등 고발 사건 역시 특수부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진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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