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가 진정한 챔피언이네.”(2007. 6.4 잭 니클로스), “트로피 여기 있어요, 빅 가이.”(2007.7.9 타이거 우즈)
‘탱크’ 최경주(37ㆍ나이키골프)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주최한 대회에서 우즈로부터 우승컵을 건네 받았다. 지난달 4일 자신의 우상이었던 잭 니클로스가 주최한 메모리얼토너먼트에서도 우승했던 최경주를 두고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홈페이지는 니클로스와 우즈로부터 우승컵을 받는 2개 대회 사진을 나란히 싣고 ‘전설들 속의 우승자’로 표현했다.
최경주가 9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콩그레셔널CC(파70ㆍ7,204야드)에서 끝난 PGA투어 AT&T내셔널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최종합계 9언더파 271타로 정상에 올랐다. 시즌 2승이자 통산 6승째를 올려 아시아 선수 PGA투어 최다승 기록을 하나 더 늘렸다. 특히 17번홀(파4) 환상의 벙커샷 버디는 ‘벙커의 달인’ 최경주가 보여준 이번 대회 우승의 백미였다.
스튜어트 애플비(호주)에 2타 뒤진 2위로 경기를 시작한 최경주는 특유의 뚝심을 발휘, 스티브 스트리커(미국)를 3타차로 따돌리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메모리얼토너먼트에서 5타차의 대역전 드라마에 이은 또 한번의 역전극이었다.
최경주는 흔들림 없이 자신의 플레이를 했고 다른 선수들은 최경주의 기세에 눌려 기를 펴지 못했다. PGA투어에서 유행하던 ‘타이거 우즈 공포증’이 ‘최경주 공포증’으로 전이되는 듯 했다.
선두를 달리던 애플비가 초반에 무너진 반면 최경주는 전반에 2타를 줄여 전반에 3타를 줄인 스트리커와 선두경쟁을 펼쳤다. 승부처는 15번홀(파4). 1타차 박빙의 리드를 지키던 최경주는 드라이버샷으로 325야드를 날린 뒤 114야드를 남기고 친 두번째샷이 백스핀을 먹고 홀 4m 지점에 세웠다. 그리고 쉽지 않은 내리막 라이였지만 최경주는 침착한 버디퍼트를 성공시켜 2타차로 앞서나갔다.
17번홀에서는 장기인 벙커샷 묘기를 선보이며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두번째 샷이 그린 우측 벙커에 빠지자 모래에 볼을 단단히 고정시킨 최경주는 고개를 들어 두 번 목표 지점을 확인하고 주저없이 모래를 팠다. 볼은 그린에지 부근에 떨어진 뒤 곡선을 그리며 그대로 홀컵에 빨려 들어가 갤러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PGA투어 벙커샷 부문 6위에 올라 있는 최경주의 진면모를 보여주는 환상의 샷이었다. 올해 처음 이 대회를 개최한 우즈는 공동 6위(2언더파)에 자리했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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