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최모(37)씨는 최근 신한은행에서 지난해 말 가입했던 지수연동예금 'PGA 코스피200 상승형 6-4호'의 수익률이 연 3%로 조기 확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연일 지속되는 주가 상승에 내심 10%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기대했던 그로서는 허망할 수밖에 없었다. 지수가 올라도 너무 오른 것이 문제.
녹아웃 기준을 '기준지수 대비 30% 이상'으로 여유있게 설정한 상품이었지만, 만기를 5개월이나 앞둔 최근 이미 기준 이상으로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주가가 연일 급등하면서 지수연동예금(ELD) 가입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최근에 출시되는 ELD 상품은 주가가 어느 정도 오를 때까지는 수익률이 동반 상승하지만, 일정 기준을 넘어서면 수익률이 최저 기준으로 확정되는 '녹아웃'형으로 설계돼 있다.
정기예금 금리보다도 낮은 금리로 수익률이 조기 확정되는 ELD 상품이 늘어나자, 투자자들도 ELD 상품 가입을 점차 외면하는 추세다.
신한은행이 올 들어 수익률을 확정한 ELD 상품 13개 중 '녹아웃'으로 수익이 확정된 상품은 절반이 넘는 7개. 지난해 11월 가장 많이 팔렸던 'PGA 코스피200 상승형 6-1호'는 코스피200 지수 상승률이 녹아웃 기준인 20%를 초과하면서 지난달 초 연 5.0%로 수익률이 조기 확정됐다.
올해 출시된 'PGA 코스피200 상승형 7시리즈' 1~3호 상품도 판매 2~3개월만에 줄줄이 녹아웃에 걸려 연 5%의 수익률에 머물렀다.
국민은행이 올 들어 내놓은 'KB리더스정기예금 코스피200 7시리즈' 상품 중 1호, 4호, 5호, 6호 등도 최근 연 4%의 최저 수익률로 조기 확정됐다. 최고 연 10~15%까지 수익률이 보장됐지만, 주가의 급등을 감당해내지 못했다.
그래도 올해 출시한 상품은 최저수익률이 4%라 그나마 다행인 편. 지난해 나온 '6시리즈'는 8호와 10호가 모두 지난 5월 수익률 0%로 확정됐다. 녹아웃 최저수익률이 '원금 보장'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이-챔프' 상품들도 올해 수익률이 결정된 37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 19개 상품이 녹아웃 규정에 걸려 들었다. 닛케이225 등 일본 주가지수 연계 상품은 대부분 만기까지 버티며 최고 10%대 수익을 내기도 했지만, 코스피에 연동된 상품들은 대부분 녹아웃 규정을 피해가지 못했다.
그래도 우리은행 지수연동예금의 경우 녹아웃 시 확정 수익률이 최고 연 7.5%에 달하는 등 비교적 높아 고객들의 불만은 적은 편이다.
지수연동예금의 인기도 예전 같지 않다. 국민은행의 ELD 판매 잔액은 2005년 말 2조6,000억원을 웃돌았지만, 9일 현재 4,880억원에 불과하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녹아웃으로 수익률 0%가 확정됐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 고객들이 지수연동예금 가입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라며 "하지만 상당수 지수연동예금 상품이 확정금리가 지급되는 정기예금과 동시에 복합예금 형태로 판매됐기 때문에 녹아웃 규정에 걸려도 실제 고객의 수익률은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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