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끝난 헤비급 경기 좀 보세요. 심판이 편파판정으로 특정선수를 이기게 하려면 선발전을 왜 합니까?”
2008 베이징올림픽 태권도 세계예선대회(9월)에 출전할 국가대표 선발전이 벌어진 6일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 하봉각 이사가 선발전 운영을 책임진 임춘길 전무에게 따졌다. 임 전무가 묵묵부답이자, 하 이사는 자리를 박차고 퇴장했다. 한국 태권도를 짓누르고 있는 해묵은 숙제인 심판 판정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한국체대 남윤배와 가스공사 정영환의 80㎏이상급 예선 16강. 정영환이 연장전 종료를 약 30초 남기고 앞으로 다가서자 이미 경고를 받은 남윤배가 뒤로 물러났다. 이때 황인재 주심이 경기를 중단시키자 가스공사 응원단은 박수를 쳤다. 남윤배가 경고를 받으면 경고 누적(2개)으로 감점이 되고 정영환이 승자가 되기 때문. 그러나 심판은 남윤배가 아닌 정영환에게 경고를 줬다. 결국 경기는 점수 없이 끝났고, 합의 판정 결과 남윤배가 우세승을 거뒀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선수들과 지도자들은 한결 같이 “말도 안 되는 억지지만 이런 일이 한 두 번이냐? 3회 편파 판정이 없었다면 연장전까지 갈 필요도 없이 정영환의 승리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한결같이 “우리 팀 선수가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까 내가 말했다고 이야기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헤비급(80㎏이상)은 협회 집행부와 특정학교가 결탁해 올림픽 출전이 결정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체급이다.(본보 6월16일자 17면 보도) 태권도 지도자들은 “헤비급에서 남윤배의 실력이 최정상급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선발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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