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6일 ‘내신 실질반영률 30%선’이라는 다소 유연한 카드를 꺼냈음에도 불구, 대다수 대학들은 즉각적인 대답을 피한 채 “계속 검토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특히 일부 상위권 대학들은 “갑자기 30% 수준으로 올리는 것은 무리”라는 밝혀 특수목적고 출신을 많이 잡겠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교육부의 발표가 당장 대학들의 변화를 이끌어낼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내신 반영률 가급적 30%로 출발’은 권고에 가까운 요구인 데다 압박 수단으로 활용한 ‘제재’ 방침도 사실상 철회했기 때문이다. 김영정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처음의 ‘50% 아니면 제재’라는 일방적 방침과 비교하면 진일보한 것”이라며 “4일 교육부총리와 대학교육협의회 회장단 합의의 연장선상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대다수 대학들은 구체적인 반영률을 언급하지 않은 채 사태를 관망하는 눈치다. 이재용 연세대 입학처장은 “50%가 30%로 숫자만 바뀐 것 아니냐”며 “여러 안을 두고 검토 중인 단계라 30%에 맞춘다, 못 맞춘다는 식으로 얘기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이 처장은 “지난해의 12.6%보다는 확실히 높이겠지만 어느 정도 수준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김영수 서강대 입학처장도 “8월 20일께 학교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는 것 외엔 다른 할 말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양대와 성균관대도 “내부 입장을 정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신중한 입장이다.
대학들의 이 같은 ‘판단 유보’에는 “30%는 너무 높은 수준”이라는 불만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국대학입학처장협의회 정한용 회장(경희대 입학처장)은 “당초 내신 반영률을 10%대 중반으로 잡았는데 올해 당장 30%까지 맞추라는 것은 예상보다 높다”며 부담스러워 했다.
고려대는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박유성 입학처장은 “(내신 반영률 30%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실력 있는 학생 모집을 포기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지금으로선 최대 10% 후반 정도로 잡고 있으며, 현재 막바지 작업 중이라 이르면 이달 말께 내년도 입시정책을 발표할 것 같다”고 밝혔다. 입시요강을 1년 전에 발표하라는 것에 대해서도 ‘무리’라고 못박았다.
박 처장은 “내신을 강화하는 대신, 변별력 보완을 위해 수시뿐 아니라 정시모집에서도 고교별 내신차등 적용제를 적용할 것”이라며 “교육부가 2월에 고교등급제는 아니라고 판단했으니 문제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설왕설래는 그만하고 빨리 입시안을 확정해 달라”는 입장이다. K고 3학년 김모(18)군은 “지금 이대로는 도대체 누구 말을 믿고, 어디에 중점을 둬, 어떻게 입시를 준비해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토로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서울 주요 대학들이 교육부의 체면을 세워주는 선에서 내신 반영률을 조정하더라도 10~20% 정도 수준에 그치고 20% 이상은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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