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후 전북 김제시 순동 ㈜농산무역 산지유통센터 파프리카(헝가리 고추) 선별장. 출하 성수기를 맞아 빨강, 노랑, 주황색 파프리카를 담은 박스가 천정까지 켜켜이 쌓여 있고 80여명의 직원들이 선별과 포장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대부분 과정이 전자동 시스템으로 이뤄지지만 박스포장만은 수작업으로 한다. 일본 바이어들이 색깔별로 예쁘게 담아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농산무역 바로 옆에 자리한 참샘영농조합 유리온실(6,600여평). 온도와 습도, 빛 등이 모두 센서에 의해 자동 조절된다. 가로 96m, 세로 108m 크기의 온실 두개 동에는 높이 3m에 이르는 파프리카 나무 5만4,000여주가 자라고 있다.
국내 파프리카의 70%를 재배하는 국내 최대 생산지이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농민들의 우려를 일거에 불식시킨 현장이다.
농산무역은 1999년 참샘영농조합 등 전국 19개 영농조합법인의 공동출자로 설립돼 현재 전국 80개 농가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재배면적은 파프리카 10만평과 토마토 2만평이며, 연간 생산량은 파프리카 5,000톤과 토마토 2,000톤. 그동안 170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대일(對日) 수출량은 3,500톤(90억원)에 달한다.
이곳은 흙 대신 암면(돌에서 채취한 면)에 파프리카를 심어 키운다. 암면은 영양분과 수분을 일정하게 공급할 수 있어 품질의 표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3년 전부터 천적을 이용한 친환경농법도 도입했다.
조기심(48) 농산무역 사장은 “2002년부터 국내 시장을 공략해 매년 50%씩 성장하고 있다”며 “중국에서도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파프리카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시설 확충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일본을 드나들며 의류유통업을 하던 조 사장이 파프리카 재배에 뛰어든 건 94년. 상큼한 맛과 독특한 향을 지닌 데다 비타민C가 사과의 30배 이상 함유돼 있어 일본에서 인기가 높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네덜란드 기술자를 1년간 초청, 기술을 전수 받았다.
이웃 농가들에게 자연스럽게 기술지도를 하며 공감대가 형성되자 정보교환은 물론, 종자구입, 사이즈 규격화, 수출창구 단일화를 위해 공동회사를 설립했다.
회원 농가들의 수입도 부쩍 늘었다. 장미농사를 짓다가 파프리카로 바꿨다는 유연(58)씨는 “국제시장에서 가격이 폭락하는 일이 없는 게 장점”이라며 “연 평균 1억5,000만원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강승구 전북도 농림수산국장은 “농산무역은 농산물시장 개방시대에 살아 남기 위해 조직화, 규모화, 브랜드화를 시도함으로써 성공한 사례”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이곳에서 열린 농업경영혁신 사례발표회에 직접 참석해 농장을 둘러보고, 재배농가를 격려하기도 했다.
김제=글ㆍ사진 최수학기자 sh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