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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사랑이 지구를 돌게 한다' 불꽃 같던 첫사랑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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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사랑이 지구를 돌게 한다' 불꽃 같던 첫사랑을 기억하세요?

입력
2007.07.0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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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지구를 돌게 한다 / 수지 모건스턴 지음·이효숙 옮김 / 보물창고 발행·152쪽·8,800원

첫사랑은 어떻게 오는가. 이 질문에 <조커, 학교 가기 싫을 때 쓰는 카드> , <엉뚱이 소피의 못 말리는 패션> 으로 잘 알려진 미국 작가 수지 모건스턴은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부산하게 당시의 떨림을 서술하고 있다.

열여덟 소녀에게 일어난 감정 대폭발은 그러나 유쾌하면서도 진지하다. 중학생 정도면 재미있게 읽을 만한 이 책은 프랑스 남자와 결혼한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다.

예루살렘에서 유학하던 소피는 사람들로 꽉 찬 대학 식당에서 반짝거리는 광채에 싸여있는 사람을 발견한다. 구불구불한 수염의 숲, 거대한 코, 그리고 촌스러운 파란색 체크 무늬 파카를 입은 그는 학술세미나로 소피의 대학에 잠깐 들른 프랑스인 자크. 3일간의 만남은 손끝도 스치지 못하고 끝났지만 편지를 교환하고 프랑스를 방문하며 사랑은 이어진다.

하지만 흐리멍덩하고 충동적인 소피와 정확하고 침묵을 좋아하는 자크는 성격, 물리적 거리, 문화적 차이까지 하나도 맞는 게 없다. 결국 소피는 이별을 결심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다시 찾게 된다.

작가는 학교에서는 수학, 역사, 지리 같은 인문학은 다 가르치면서 대체 타인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그의 얘기를 효과적으로 듣는 방법은 뭔지, 감정의 격한 흐름에 빠져 죽지 않으려면 어떻게 맞서야 하는지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느냐고 말하고 있다. 책이 다 알려줄 수는 없지만 그런대로 지침서가 될 수 있겠다.

‘그가 아프든지 건강하든지 간에, 우리가 함께 있으면 행복해지든지 불행해지든지 간에’ 함께 할 것이라는 첫사랑의 열정. 처음 품는 사랑의 에너지는 그래서 지구를 돌게 할 수도 있을 만큼 힘이 세다.

채지은기자 cje@hk.co.kr일러스트 김경진기자 injin@hk.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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