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한때 과테말라시티에 쏟아진 폭우는 평창의 눈물을 예감한 것일까?
5일 오전 8시25분(한국시간)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의 입에서 “소치”라는 단 한마디가 흘러 나온 순간, 시간은 잠시 멈춰버린 듯했다. 발표장에 울려 퍼진 소치 대표단의 환호 소리에 그제서야 평창은 패배를 실감했다.
평창이 2003년에 이어 또 다시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기에 그들의 도전은 당당하고 아름다웠다.
이날 오전 과테말라시티 인터컨티넨탈 호텔 로블 홀에서 발표된 2014 동계올림픽 개최지 최종 투표 결과 평창은 총 유효 투표 98표 가운데 47표를 얻는데 그쳐 51표로 과반을 획득한 러시아 소치에 패배했다.
4년 전 프라하 총회의 역전패 악몽이 재연됐다. 평창은 현지시간으로 4일 오후 3시30분부터 시작된 1차 투표에서 3개 도시 가운데 가장 많은 36표를 얻으며 기세를 올렸다. 소치는 평창에 2표 뒤진 34표로 2위를 기록했고, 3위(25표)에 그친 잘츠부르크는 지난 2003년에 이어 2연속 1차 투표에서 탈락했다.
투표 직전 실시된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도 평창은 가장 좋은 평가를 받으며 승리를 손에 넣는 듯했다. 그러나 1차 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결국 평창은 1차 투표에서 잘츠부르크를 지지했던 유럽표를 공략하는 데 실패하며 아쉬운 역전패를 당했다.
상대만 밴쿠버에서 소치로 바뀌었을 뿐 2003년 프라하 총회에서 전개된 상황과 너무나 똑같았다. 평창은 당시 1차 투표 결과 51표를 얻어 밴쿠버(40표), 잘츠부르크(16표)를 제쳤다. 그러나 과반에 이르지 못해 잘츠부르크만 탈락한 채 결선 투표를 벌인 결과 56표를 얻은 밴쿠버에 단 3표차로 뒤집기를 당했다.
아쉬움은 남지만 후회는 없었다.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쏟아 부었기 때문에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였다. 소치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 절망감에 좌절했지만 곧바로 기운을 차렸다.
과테말라시티 한복판에는 대형 태극기가 나부꼈고 교민들과 평창에서 날아온 서포터스들은 “예스 평창!”, “대~한민국”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지난 8년간 소망했던 목표를 이루진 못했으나 평창은 올림픽 정신에 가장 근접한 비전과 꿈의 실현을 내걸고 정정당당하게 유치전을 벌였다. 정부와 유치위, 평창 주민을 비롯한 4,000만 국민은 하나가 됐었다.
한승수 유치위원장은 투표 후 김진선 강원도지사, 김정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과 함께 홀리데이인 3층 기자실을 찾아 “그 동안 최선을 다했음에도 유치에 실패해 면목이 없다”며 “정말 평창이 가장 잘 준비된 도시였고 프레젠테이션도 생각한 만큼 잘 돼 좋은 결과가 있을 줄 알았는데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고 아쉬운 소감을 밝혔다.
김진선 지사는 평창의 재도전 의사를 묻는 질문에 “지금 상황에서는 그 문제를 달리 생각하거나 언급할 상황이 아니다”고 답했다.
한편 평창유치위 관계자 250여명은 6일 오후 10시45분 전세기를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과테말라시티=이승택 기자 l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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