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이 고교 학교생활기록부(내신)를 불신하는 이유 중 하나가 ‘부실 기재’다. 석차가 적힌 교과학습발달상황을 제외한 다른 부분 기재는 허술하기 짝이 없어 “학생부에서 성적 외에는 볼게 없다”는 말이 공공연한 게 현실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학생부 기재에 ‘그물망’이 쳐진다. 교사들은 의무적으로 대입 전형에 필요한 내용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적어야 한다. 학교측의 이행 여부는 시ㆍ도교육청 평가와도 연계해 사실상 모든 학교에서 적용될 전망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5일 ‘학생부 작성 및 관리지침’을 이런 내용으로 고친데 이어 학생부 전 영역의 기재요령 및 기재예시 등을 담은 ‘학생부 기재 길라잡이’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3월 88개 대학 입학관계자 129명에게서 학생부의 대입 전형 반영을 위한 구체적인 기록방법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김양옥 초중등교육정책과장은 “이번에 바뀌는 학생부 기재 방식은 모두 대입 전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대학들이 학생부를 통해 알고 싶은 내용이 모두 담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침에 따르면 이번 학기말부터 교과영역은 세부 능력 및 특기사항 부분을 상세하게 기재해 대입 전형 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단편적으로 간단하게 기재했던 부분을 보다 구체화시키라는 뜻이다.
예컨대 사회 과목의 경우 ‘답사와 인터뷰 등을 통해 지역 조사보고서를 제출했다’는 무성의한 내용 대신, ‘보고서 제출 후 교내 1학년 대상 보고서 쓰기 대회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음’ 등의 결과를 덧붙여 대학이 학생들의 능력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수상 경력 부분도 ‘자연탐구대회 은상’ 식의 겉핥기 기재 보다는 동반 출전자 유무와 은상의 등위, 참가대상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토록 했다.
또 교과 및 비교과영역은 가능하면 계량적으로 기재토록 했다. 대학들이 전형 과정에서 수험생들을 보다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다. 국어 과목의 경우 ‘방과후 학교 논술 초급 20시간, 중급 30시간을 수강했다’거나, 특별활동을 기재할 때 ‘1학기 학급 부회장(2007년 3월1일~8월19일)으로 간부수련(5월10~12일)에 참가해 리더십 활동을 했다’는 식으로 서술하라는 의미다.
대학들은 대입 전형 위주의 학생부 기재방식 변경을 환영했다. 박천일 숙명여대 입학처장은 “학생부가 신뢰를 얻으려면 학생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문흥안 건국대 입학처장은 “교사가 학생부를 제대로 작성하면 혜택은 수험생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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