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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프리즘] 초대교회의 정신 오롯이… 105세 자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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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프리즘] 초대교회의 정신 오롯이… 105세 자천교회

입력
2007.07.0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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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공동대표의장 지관 스님) 소속 종교 지도자들이 2, 3일 대구ㆍ경북지역의 종교 성지를 순례했다. 이들이 들른 성지는 저마다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 곳이다. 그 가운데 하나인 경북 영천시 자천3리 자천교회는 국내 유일의 일(一)자형 한옥 예배당으로 외양은 소담한 기와집에 불과하다.

1903년 건립됐으니 역사가 100년이 넘는데 아직도 초기의 모습을 온전히 보전하고 있다. 가령 예배당 한 가운데 설치된 나무 칸막이가 그렇다. 신점균(52) 담임목사의 설명은 이렇다. “당시는 ‘남녀칠세부동석’을 철저히 따랐어요. 목사님이 말씀을 전하는 단상에서 볼 때 왼쪽엔 여성, 오른쪽엔 남성이 앉아 예배했습니다.”

남녀 신도가 드나드는 문도 따로 있었던 것을 보면, 이 땅에 개신교가 도래한 시기에는 기독교인들이 유교 전통을 따르면서 새로운 신앙을 키워갔음을 알 수 있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찰에 불을 지르고 단군 상(像)을 훼손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교회는 2003년 경북지방문화재로 등록돼 문화재적 가치를 공인받았지만 한국전쟁 당시 하마터면 잿더미로 사라질 뻔했다. 그때 인민군이 밀고 내려오자 미군이 폭격을 가했는데 신도들이 지붕 위에 횟가루로 ‘CHURCH’(교회)라고 써서 화를 면한 것이다.

담을 이웃한 한옥도 교회 덕분에 폭격을 면했는데 그것이 고마웠던 주인은 작고하기 직전 자신의 집을 교회에 기증했다. 그 건물은 노인을 위한 복지관과 아이들 공부방으로 사용돼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지역 사회에 봉사한 초대 교회의 정신을 잇게 된다. 신 목사는 “비록 신도가 30명 정도로 줄었지만 예배당 건물이 방문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천교회를 둘러보면서 신도 수와 교회당의 크기에 집착하는 지금의 일부 교회가, 한국 초기 교회의 정신과 역할을 한번쯤 되새겨 보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회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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