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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아름다운 약속 - 또 다른 즐거운 연애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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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 아름다운 약속 - 또 다른 즐거운 연애의 시작

입력
2007.07.0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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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31ㆍ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식음료부 부총지배인 비서) 하종석(32ㆍ주식회사 유니더스 해외영업부 대리)

“결혼하니까 좋아요?” 주위에서 결혼한 다음날부터 참 많이 물어보는 말입니다. 그럴 때면 회사에서는 얌전히 지내는 성격인 까닭에 수줍게 웃으며 “아, 네”하고 넘기곤 합니다. 하지만 친구들과의 대화에서는 대답이 달라집니다. 친구들의 “어때? 좋아?” 라는 질문에 저는 “회사에서는 티 못 내겠는데 솔직히 너무 재미있어. 좋아”라고 말해줍니다. 돌아오는 반응은 질투와 부러움의 야유임을 예상하면서도 말입니다. 사실은 사실이니까요.

삶은 정말 예상치 않았던 일들이 일어나는 게 맞는가 봅니다. 아직도 문득문득 제 남편을 볼 때면, 남편도 저를 볼 때면 ‘누가 우리가 결혼할 줄 알았겠어’라는 말을 합니다. 사람들이 얘기하던 ‘인연은 따로 있다’는 말은 진짜인 것 같습니다.

7년 전 같은 학교에 다니면서 같은 수업을 듣다가, 우연히 같은 발표 조가 되었습니다. 뭐 그렇게 알게 되었지만 서로 호감 같은 것도 전혀 없었고 서로 좋아하는 스타일도 전혀 아니어서 그냥 같은 조원으로 대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남편은 굉장히 불성실하고 마음에 안 드는 조원으로, 모임시간에는 벤치에서 낮잠 자느라 늦기 일쑤였고 각자 맡은 과제의 준비도 엉망이었습니다. 당연히 저는 그를 ‘멀리해야 하는 사람 리스트’에 올렸고 경계했습니다.

조 발표를 마치고 결과가 나왔을 때 저는 제 남편을 더 싫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을 덜 들인 것 같은 남편의 점수가 훨씬 더 좋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결과가, 남편의 나쁘지 않은 인상과 넉살 좋은 입담으로 여자 교수님께 로비한 결과라고 굳게 단정 지으며 그의 이름은 ‘싫어하는 사람 리스트’로 바로 옮겨졌고 그 이후 다시는 어울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졸업을 하고 각자의 삶을 살다가, 2년 전 우연히 회사 근처에서 지나치며 인사하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많이 지나서 그에 대한 반감도 잊혀질 무렵이었나 봅니다. 그 우연 이후에 내키지 않았지만 식사 약속으로 이어졌고 그 식사 자리에서의 대화가 저의 인생을 확 바꾼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는 더 이상 제가 알던 ‘무임승차자’ 같은 사람이 전혀 아니었고, ‘완전 멋진 남자’였던 것이었습니다.

상상하지 못한 연애가 시작되고 말았습니다. 하루하루 시간이 쌓일수록 서로 “옛날에 알던 너랑은 좀 많이 다르네”라는 말을 하고 참 의아해 하며 서로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남편과 함께 소꿉 장난을 시작한 지 8개월이 지났습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면 먼저 퇴근한 사람이 준비해 놓은 간단한 저녁을 나눠먹고 좋아하는 시트콤을 같이 보면서 낄낄 거리며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수다를 떠는 게 우리 일상입니다.

서로 옆에 있어 주고 힘이 되어 주는 서로를 위해서 감사하며 계속 이렇게 행복하게 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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