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겸손한 마음으로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이 것이 평창의 두번째 시도(Bid)이고, 이 것이 아마 제 생애의 가장 큰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나의 조국, 한국 평창에서도 동계 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5일 오전 과테말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장에서 열린 평창 프레젠테이션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선 이건희 삼성 회장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배어 있었다. 생애 첫 대외 연설이었고, 그 것도 자연스럽게 전달하기 위해 수 백번을 연습했다는 영어 연설이었다.
"소치"를 발표한 자크 로게 IOC위원장과 악수를 나눌 때는 차라리 웃고 있었다. 하지만 만감이 교차했음이 분명하다. 이 회장은 가장 먼저 발표회장을 빠져나가, 굳은 표정으로 숙소로 이동했다고 한다.
사실 본인의 말대로 이번 동계올림픽 유치는 가장 큰 도전이었다. "모든 평창 주민들과 7,000만 겨레의 염원"을 두 어깨에 짊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 만큼 혼신의 힘을 다했다. 지난 4년간 지구촌을 구석구석 돌며 거의 모든 IOC위원들을 만났다. 2003년 체코 프라하의 좌절(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실패)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2005년 싱가포르 IOC총회 때는 다리를 다쳤는데도 휠체어를 타고 총회장을 찾았다.
올해들어선 아예 '올인'을 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2월 IOC실사단 방한 때는 평창에서 직접 스키를 타보며 눈상태를 점검했다. 유럽 아프리카 중국을 순회했다. 지난달 중순 중남미로 출국해 과테말라에서 최종결과가 나올 때까지 살인적 일정을 소화했다.
서울 본사의 삼성 직원들은 이날 유치실패 소식이 전해지는 순간 "정말 힘들군요. 그토록 열심히 뛰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은 2014년 평창올림픽 유치가 국민소득 3만 달러의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마지막까지 전력투구했다"며 "그저 아쉽고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IOC위원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이사회 의장도 막바지 두 달 동안 평창 유치에 몸을 던졌다. 4월말부터 북미와 중남미, 유럽, 아시아 국가들을 잇달아 방문해 동료 위원들을 상대로 평창 지지를 호소했다.
두산 관계자는 "상황을 좀 정리한 뒤 재도전 여부를 결정해야 하겠지만, 언젠가 한 번은 꼭 유치해야 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총수가 직접 나선 삼성과 두산 외에 유치위원회를 지원했던 현대ㆍ기아차와 LG, 한진 등 다른 대기업들과 경제 단체들도 아쉬움을 토로하기는 마찬가지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에 보여줬던 온국민의 단합된 힘을 바탕으로 다음 번에는 반드시 유치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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